상단영역

본문영역

김장

김홍관 시인
  • 입력 2021.11.22 07: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장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텃밭에 배추와 무수를 심으셨다.

일곱 식구 겨우살이 양식을 준비하신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쯤 배추를 뽑으신다.

배추 뿌링이는 우리들 몫이다.

흙 묻은 뿌링이는 칼로 덕덕 긁는다.

뿌링이 맛이 오묘하다.

고소하고, 매콤하고, 달콤하기까지...

 

엄마는 속이 꽉 찬 배추를 준비한다.

떡잎을 다듬고는 칼로 쫘악 가르신다.

큰 포기는 네 쪽, 작은놈은 반

굵은 소금 푼 물에 절구고

하룻밤 재운 후 깨끗이 헹군다.

갖은양념 버무린 속은 참 맛있다.

 

어우리 온 아주머니들과 김장이 시작된다.

아버지는 돼지고기 앞다릿살을

실로 꽁꽁 동여매고

된장 푼 끓는 물에 푸욱 삶으신다.

김장 중간에 절궈진 배춧잎에 돼지고기 올리고 배추속 얹어서 한 쌈씩 먹는다.

꿀맛이 따로 없다.

 

나는 아빠가 없었다.

아부지는 계셨다.

외사촌 동생 놈이 외삼촌더러 아빠라고 불렀다.

부러웠다.

 

배추는 속이랑 버무려져 드디어 김치가 된다.

우리네 삶도 누군가는 배추가 되고 누군가는 양념이 되어

어우러져 살아간다면 맛있는 김치 같은 삶이 되지 않을까?

 

무수, 뿌링이, 절궈진, 아부지 등은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하였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