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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06] 리뷰: 바리톤 이의건 & 피아니스트 강보라의 바리톤 아리아의 밤 유튜브 녹화 공연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11.2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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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31일 화요일, 펜실베니아 에비뉴 침례교회에서 개최된 바리톤 이의건의 아리아 독창회(반주 강보라)에 관한 유튜브 영상의 감상평이다. 가톨릭대학교를 나오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컨서바토리와 일리노이 어바나 캠페인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바리톤 이의건과 목원대학교를 졸업하고 도미, 오하이오의 클리블랜드 음악원 그리고 이의건과 마찬가지로 일리노이 어바나 캠페인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피아니스트 강보라의 조인트 콘서트다.

바리톤 이의건 리사이틀 포스터

결론적으로 오페라보단 가곡이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들게 만드는 딕션과 음향 조절 그리고 풍부한 장면전환이 돋보인다. 무대를 가득 채우는 엄청난 성량과 관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런 퍼포먼스보다는 진중하고 아카데미하다. 피아니스트 강보라와 함께 악보 음 하나하나, 배역의 단어 하나하나를 뜯어서 분해하고 연구하면서 오페라 내에서의 캐릭터성의 극대화를 꾀한다.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 완급조절에 뛰어나다.

모차르트의 아리아 세 편에서는 이의건이 모차르트의 칸타빌레 성이 여실히 드러내줄 정도로 서정성이 농후하며 피아노는 성악과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철저히 배경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하며 모차르트 음악이 목소리로 표출되는 멜로디의 정수를 빚는다.

피아니스트 강보라
피아니스트 강보라

도니체티는 증발해 버렸다. 리골레토의 비극이다. 앞의 모차르트, 로시니와는 전혀 다른 개성과 캐릭터다. 결기의 의지와 어두운 광기가 이의건에 의해 펼쳐진다. 앞의 모차르트, 로시니가 희극이라면 여기서는 저주에 휩싸인 꼽추다. 이어진 베르디의 팔스타프인데 단언컨대 이탈리아 오페라의 연극성과 음악을 꼽자면 두 작품을 이의건의 음성으로 감상하면 된다는 스탠더드를 선보인다. 피아노의 강보라는 반주가 아니라 음악을 구성하는 토대와 기둥으로 작용하며 톤을 가사와 대본에 철저히 맞춰 조절한다. 그리고 모차르트에서와는 다른 극적 요소가 다분한 오케스트라로 변신한다. 마지막 곡으로 코른골드의 오페라 <죽은 도시>에서의 '나의 동경, 나의 집착'이다. 30여 분의 리사이틀이 전부 이탈리아 노래로 구성된 틈에서 유일하게 독일어 노래다. 그리고 20세기 오페라다. 베르디의 최후의 희극 팔스타프 이후 코른골드의 오페라라기 보다 슈트라우스와 같은 20세기 초의 독일 가곡 같다. 그래서 이의건과 강보라 둘은 음색과 영롱함 그리고 환상을 쫓는다.

시와 음악이 예술적 가치로서 높은 수준에 달하면 달할수록 국가적 한계성을 넘기 힘든데 어찌 된 게 본향을 떠나 타자에 의해 더욱 빛나고 계승된다. 미국에서 이탈리아어와 독일어로 된 노래를 한국의 음악인이 부른다. 어차피 미국이든 한국이든 일반 관객들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생소한 언어, 남의 나라 노래일 텐데 타국에서 발원한 콘텐츠가 제3의 장소와 인물들에 의해 보존되는 그 자체, 외롭고 험난하지만 바리톤 이의건과 피아니스트 강보라가 문화 전도사의 길을 걷는다. 2000년 전의 사도 바울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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