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 음악통신 503] 리뷰: 서울윈드오케스트라 '게임음악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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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03] 리뷰: 서울윈드오케스트라 '게임음악콘서트'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1.11.1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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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화요일 오후 7시30분,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

대박을 칠 수 있는 콘서트였는데 아쉽기 그지없다. 원래 한전아트센터에서 9월에 하기로 했던 콘서트가 코로나로 인해 11월의 건국대 새천년관으로 미뤄지더니 공연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코로나 확산 방지라는 명목으로 일방적인 공연 대관을 취소당해 부랴부랴 연세대학교 백주년 기념관으로 장소를 옮겨 11월 9일에 치러진 서울윈드오케스트라의 제108회 정기연주회였다.

서울윈드오케스트라의 제108회 정기연주회를 마치고 무대인사하는 지휘자 김응두
서울윈드오케스트라의 제108회 정기연주회를 마치고 무대인사하는 지휘자 김응두

게임을 해봤거나 게임을 즐긴 대상들에게는 게임음악이 밀접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감동 깊게 본 영화나 드라마의 OST와 같다. 그게 없이, 추억을 소환할 수 없다면 게임음악은 듣는 이에게 그저 하나의 또 다른 익숙지 않은(어쩌면 더욱 생소한) 밴드음악에 불과할 뿐이다. 더군다나 들으면서 느낀 바로는 편곡을 맡은 두 명의 한국 작곡가도 장담컨테 자신이 편곡한 곡들의 게임을 안 해 봤을 거라 여긴다.(물론 버블버블이나 테트리스 같은 가벼운 아케이드나 이번 편곡을 위해 조사차 조금 접하긴 했을지 몰라도) 게임음악의 전제조건은 매니악한 애정이다. 자신이 감동 깊게 플레이한 게임의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여러 편성으로 편곡하고 그걸 자발적으로 연주하고 게임에서 나온 음악을 실재 사운드로 들으면서 감동에 빠지고 싶어 찾아오는 팬층이 존재하는 게 게임이나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같은 미디어 음악이다. 그런데 일단 편곡자부터 연주자, 지휘자들까지 원 대상에 대해서 무지하고 게임을 안 해보고 모르는 사람들이 앉아서 들으니 공통의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는다. 그저 서울윈드오케스트라의 일련의 정기연주회에서 택한 주제가 게임음악이었을 뿐이다.

블라디미르 페스키의 트럼펫협주곡 1번을 협연한 트럼페터 전세은
블라디미르 페스킨의 트럼펫 협주곡 1번을 협연한 트럼페터 전세은이 스승인 지휘자 김응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게임음악은 마니아층이 존재하고 그 시장 자체가 일반 클래식 음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크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E-Sports 강국에 PC방까지 있는 나라로 지하철에서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다반사고 콘솔을 들고 다니면서 즐기는 나라다. 즉 광범위한 소비층이 분명히 존재하고 오늘 연주했던 곡들을 그들이 찾아서 와서 들었다면 상상을 뛰어넘었을 열띤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그러려면 관객 매칭이 제대로 되어야 하는데 항상 돌아가는 좁은 음악계 안에서 클래식 음악인과 학생들 대상으로 유통되다 보니 게임음악이라는 훌륭한 콘텐츠가 전혀 홍보되지 않고 노출되지 않고 실재 관객층에게 전혀 접근이 되지 않았다. 그저 클래식 공연의 하나로 개최되니 게임 유저들은 전혀 유입이 되지 않았다. 전문 콘서트홀이나 음악대학 내의 게시판이 아니라 PC방에 가서 포스터를 붙였어야 했다. 홍보의 미흡과 함께 위에 열거한 불운이 고스란히 드러나 좋은 콘텐츠와 연주력을 가지고도 집안 잔치로 머물러 원통하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고 붐업을 하기 위해선 꾸준한 노출과 장기적인 플랜이 지속되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어느 순간 접점에 도달하여 제대로 된 실소유층과의 매칭이 이루어져야한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과감히 나와 미스매칭을 깨야 한다.

국내 음악대학 졸업 클래식 작곡가들의 치명적인 결점 중의 하나가 직접적인 음악적 표현과 대시(dash)를 삼가고 예술적으로 자꾸 포장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커버(Cover)는 베껴쓰기로 인식하고 원곡을 자꾸 바꾸려고 한다. 성부의 결집보단 성부를 나누면서 밀집된 사운드를 회피하고 어렵고 복잡하게 끌어가려고만 한다. 본인의 작품이나 아카데미를 표방하는 곡에선 누가 그런 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겠냐마는 실용음악의 범주에서도 그런 클래시컬한 접근과 취급이 이루어지니 악곡의 직접적인 대면에서 오는 익숙함과 흥겨움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문석이 편곡한 MMORPG 서사인 <리니지 게임 모음>이야 워낙 방대하고 거대한 스케일로 인해 서사적이어서 관객과의 공감도가 떨어진다 하더라도(그래서 게임음악 콘서트 대신 리니지 콘서트를 따로 열어야 할 정도다) 서순정이 편곡한 <게임 뮤직 라이브>의 버블보블이나 테트리스 등의 캐주얼 게임 등은 많은 사람들이 아니 더욱더 브라보와 관객의 호응도를 맘껏 이끌어 낼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한데 역설적이게도 너무 예술적인 편곡으로 밀착된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서순정이 선곡을 한 건지 아님 서울윈드에서 지정해 준 건지 아님 서로 협의해서 고른 건지 모르겠지만 보통 편곡이라면 자신이 즐겁게 재미있게 한 게임에서 고르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서순정이 구성하고 편곡한 25현 가야금 협주곡 '뱃노래'를 협연한 가야금의 권진솔과 장구 강경훈
서순정이 구성하고 편곡한 25현 가야금 협주곡 '뱃노래'를 협연한 가야금의 권진솔과 장구 강경훈

그런 방식은 <25현의 가야금 협주곡 뱃노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순정에게는 <뱃노래>가 훨씬 익숙했고 체화되었고 편해 보였다. 능수능란하게 전개했다. 국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달과 한국인의 DNA에서 산재한 풍류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역시나 그래도 한 번쯤은 뱃노래 선율 그 자체를 날 거 그대로 전개해도 될만한데 합주(Tutti)가 나오다가 여지없지 다른 선율선으로 빠지고 쪼개지고 일반 청중의 음악적 예측에서 벗어나게 된다. 후반부의 트럼펫으로 제시되는 뱃노래 선율은 시원하고 장대한데 역시나 주제의 머리만 내보이고 목관으로 빠지면서 직접적인 드러남을 삼가고 삼간다. 거기에 반해 Ralph Ford는 윈드 오케스트라에 특화된 밴드 전업 작곡가 아니랄까 봐 주제의 가공이 차원을 달리한다. 게임음악의 명곡으로 회자되는 <파이널 판타지 7>에서의 '한쪽 날개의 천사'와 '문명4'등의 주제가를 웅장하고 화려하게 정말 이 게임을 해보고 이 곡들이 게임의 어떤 장면에 어떤 요소로 삽입되고 나오는지를 아는 유저들에게는 전율이 일 정도로 윈드 오케스트라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서울윈드오케스트라 입장에선 열심히 잘 준비한 연주회에 악재가 너무 많았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제대로 된 매칭을 시도하고 외형 확장을 하자! 장사꾼의 첫 번째 사업 준비가 소비자 파악과 빅데이터 조사 아니겠는가! 채식주의자들 앞에서 육고기 팔면서 장사 안 된다고 한숨 쉬는 거와 같은 이치다. 고기 싫어하는 사람 있나? 그럼 고기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 불을 피워야지... 그러면 냄새만 맡고도 저절로 올 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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