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포스텔라 1
우리는 얼마나 부유한가
얼마나 가난하지 못한가
먼 들판에 별, 콤포스텔라
부르트고 깨지며 걷습니다
노란 화살표 달고
조개껍데기 달고
얼굴엔 애법, 먼지 수염 덥수룩
눈 뜨면 걷고
밥 먹으면 갑니다
바위틈바구니 으슥한 잡목 구렁
오줌똥 누고 나서
또 걷습니다 지긋지긋하게
사람들이 싫어지고
온통 말이 싫어지고
네깟놈이뭐냐 네깟놈이뭐냐
마음속 숱한 헐뜯음
솟구치던 미움들조차 하나하나 역겨워집니다
왜 이렇게 걸어야 하나
꼭 이렇게 가야만 하나
조용히 국으로다 찌그러져 있는 건데
마침내 떨거지가 되어
너덜너덜 저절로 갈 때
빛나는 황토 발 두 짝
들판 별이 됩니다
시작 메모
어떤 누가 썼습니다. 그 길은 오로지
‘발 발 발 발
그리고
똥 똥 똥 똥’
뿐이라고.
야고보 성인이 걸어간 팔백 킬로, 32일 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힘들 때마다 성인을 묵상했습니다. 짜리몽땅한, 엄청 못난, 모자란 것 나약한 것 못난 것 무지한 것 빼곤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는, 걸뱅이 모자를 쓰고 지팡이를 칼처럼 손에 쥔, 그러나 마치 이 세상을 다 이긴 듯 떨쳐 일어선 성인. 우리도 걷고 또 걸었습니다. 너와 나와 미움과 허울과 허위와 나태와 영적 부유와 사치와 온갖 교만과 다시 그 순간의 교만 교만과 싸우며 천박하게 애법 성스럽게 걸었는데 마침내 다다른 곳은 기껏 여기, 지금, 나입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