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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01] 콘서트 프리뷰: 서울윈드오케스트라 게임음악콘서트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11.04 09:42
  • 수정 2021.11.0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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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화요일 오후 7시30분,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

서울윈드오케스트라와 코로나, 악연도 그런 악연이 따로 없다. 코로나에 코자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키고 원수 같은 타도의 대상으로 이를 갈 테다. 시간을 1년 6개월 전으로 돌려 2020년 6월에 예정되어 있었던 서울윈드오케스트라의 제105회 정기 연주회로 돌아가 보자. 연일 확진자가 2000여명에 가까움에도 전 국민의 백신 접종률이 70% 이상이고 근 2년간의 누적된 학습효과로 인해 이번 달 11월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의 단계로 점진적으로 들어왔지만 작년 이맘때의 코로나는 걸리면, 아니 스치기만 해도 즉사하는 불치병이요 음악회를 하는 건 사치에 연주를 하는 당사자와 관객들 그리고 관계된 모든 일가친척까지 사지로 몰아넣은 무모한 행동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11월 말부터 시행된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영업시간제한 등의 조치가 이어졌고 드디어 1년 만에 마치 전쟁이라도 끝난 듯 서서히 해방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물론 이제 겨우 3일 지났기 때문에 설레발은 절대 금지다) 각설하고 그래서 6월 대관과 연습까지 마친 서울윈드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가 한 달 정도 미뤄져 7월에 개최되었었다. 이제 올해다. 원래는 9월이었다. 그것도 한전아트센터의 대관까지 완료한 상태였다 그런데 단원 내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였다. 전 단원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음성 판정이 이어졌으나 지휘자와 단원, 관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여겨 무기한 연기했다. 참으로 허무하고 억장이 무너지지 않을 수 없다. 심기일전! 11월 9일 화요일 연세대학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게임음악콘서트>라는 주제와 제목으로 권토중래한다.

서울윈드오케스트라 제108회 정기연주회 

서울윈드오케스트라가 코로나 때문에 엄청난 피해와 불이익을 유난히 많이 받는 건 마스크를 벗고 입으로 바람을 악기에 집어넣어 소리를 내야하는 취주악의 한계이자 제약일 테다. 오페라나 성악도 마스크를 벗고 입을 열어 소리를 내지 않냐고? 마스크 벗지 않고 연습하고 공연하는데 윈드 악기는 소리를 내기 위해서 악기와 입의 대면이 필수기 때문에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니 십분 이해가 간다.

이번 음악회의 주제는 반갑게도(?) 게임음악이다. 지금까지 정통 관악의 스텍퍼클한 묘미와 국악과의 콜라보 등 다양한 음악세계를 선보였던 서울윈드가 트렌드와 시대의 조류에 발 빠르게 맞춰 미디어와의 적극적인 만남과 교류를 시도하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리는 서울윈드오케스트라의 108회 정기연주회에서는 이문석이 편곡한 <리니지>와 서순정이 편곡한 <Game Music Live>를 중심으로 파이널 판타지8, 문명4 등의 명작 게임음악 등이 울려 퍼진다. 여기에 트럼펫의 전세은과 가야금의 권진솔이 협연한다. 그럼 왜 하필 게임음악이어야 하는가?

서울윈드오케스트라 게임음악콘서트 프로그램

2021년 4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콘서트가 완판을 기록했다. 코로나 감염예방으로 인한 객석 간 거리 두기 적용으로 전체 좌석의 66%만 개방한 총 4000석은 오픈하자마자 매진되어버렸다. 공연 이름은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 디 오케스트라’. 지금까지 이런 유의 음악회가 게임 개발사의 이벤트성으로 개최되어 공연예술계와 분리되어 있었다면 한국 제일의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KBS교향악단이 명실상부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연주한 게임과 정통 클래식 음악계와의 만남이었다. 2002년부터 게임 음악 콘서트가 게임 유저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열렸지만 게임업계 중심으로 기획되다 보니 정작 공연계에선 서브컬처 정도로만 인식되다가 2017년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게임 속의 오케스트라'로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을 꾸준히 선보이다가 올해 이번 공연으로 현대 사회에서 게임의 높은 위상과 성장 가능성을 다시 증명하였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디지털 사회의 핵심 산업으로 주목받은 게임이 코로나19 이후에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초월적 세계의 대표주자인 메타버스로 도약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 살아있는 방증이었다.

모바일과 비대면 OTT 콘텐츠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와 범람으로 언제 어디서든 자기가 원하는 걸 감상하고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동성(Portability)과 반복성(repeatability)이 확대되었으며 미디어가 다양화되면서 새로운 체험 감각 또한 다양해졌다. 또한 사운드 기술이 발전하고 멀티미디어 형태로 발전하면서 인간과 컴퓨터가 상호작용하면서 음악의 작곡, 연주 및 감상을 할 수 있는 Interactive Computer Music이 활성화되어 인간의 음성 및 감성을 인지하여 곡을 자동으로 생성 또는 연주하는 기술, 청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해지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게임 음악의 영역에 포함될 거라 전망한다.

게임음악 콘서트는 게임을 했던 사람들이 게임에 삽입된 음악을 알고 게임의 팬이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이 명확하고 주제가 확연하다.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내용을 알고 모이기 때문에 동질감과 몰입도가 강할 수밖에 없다. 게임 음악은 장르, 구성, 스토리, 상황에 맞게 적절한 모든 장르의 음악과 악기들이 적재적소에 쓰이면서 게임을 하나의 복합문화상품으로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 게임음악이 원 소스 멀티유스로서 다른 장르와 결합되어 여러 가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처럼 게임 음악은 무궁무진한 미래 친화적인 산업이다. 분명한 건 자신이 현재 즐기며 이 시대의 플랫폼에 적용되는 음악만이 세월이 흐르면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아 영원불멸을 얻을 것이란 사실이다. 이미 유럽에선 가장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대학의 학생 오케스트라에서 전통 클래식 레퍼토리가 아닌 게임 음악만을 선곡하여 정기연주회를 꾸미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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