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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 가다

김홍관 시인
  • 입력 2021.11.02 07:48
  • 수정 2021.11.0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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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 가다

 

청춘을 자랑하던 나무도

계절을 피할 수 없나 봅니다.

 

알록달록 오색 단풍이

산마루에서, 골짜기에서

앞을 다투며 깊어 갑니다.

 

낮았던 여름 하늘도 덩달아

위로 더 위로 치달려

투명한 옥빛으로 가을을 이야기 합니다.

 

깊어 간다는 것은 커다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어 가고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 가고

 

마음이 깊어 가면 지극해 집니다.

한 번 떠올릴 것도 두세 번 떠올리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꽃도

정성스레 한 번 더 보게 됩니다.

 

깊어 가는 가을 시간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내가 내게 조금 더 깊어지고

내가 네게 한 갈음 더 깊어지는 계절이 되겠지요.

모두에게 깊어지는 시간이 되길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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