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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붐: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개최 - 분주한 도심의 한복판, 예술로 명상하며 잠시 쉬어 갈까요

조연주 전문 기자
  • 입력 2021.10.15 12:17
  • 수정 2022.09.1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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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이 가진 치유적 에너지를 세계가 주목하는 명상 산업의 동향과 적극적으로 연계하는 예술제 “마인드붐”의 첫 발걸음
- 김신일 예술감독을 필두로 문서진, 박관택, 서용선, 유승호, 조현선 작가의 작품 30여점 전시
- 일회성 힐링을 넘어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지금, 인식의 경계를 사유하는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시대의 불안을 치유하려는 시도

문서진 <내가 그린 가장 큰 원> 2016, 단채널 영상, 17분
문서진 <살아있는 섬> 2020, 단채널 영상, 12분 50초
박관택 <Usher> 2019, 21x29cm, A4종이에 마커
서용선 <시드니 자화상> 2020-2021, 156.2x212cm, 캔버스에 아크릴릭
유승호 <아이고> 2019, 145.5x113.9cm, 캔버스에 아크릴릭
조현선 <반달색인> 2018, 97x162cm, 캔버스에 유채
마인드붐: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Mind Boom: Though Moonlight Penetrates the River
2021.10.20.(수) ~ 11.20(토) 황학동 로얄빌딩 B1 (서울 중구 난계로11길 42)
주최 : 사단법인 글로벌평화예술문화재단
후원 : 서울특별시
협력 : 아시아명상협회, 주식회사 마인드디자인, 마인드그라운드
전시 관련 문의: 김해다 큐레이터
(kimhaeda@gmail.com)

예술문화 활동 및 교류를 통해 사회화합과 건강한 문화 확산을 추구하는 글로벌평화예술문화재단이 주최하는마인드붐: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20211020일부터 1120일까지 황학동에 위치한 로얄빌딩 지하1층에서 개최된다. 마인드붐은 예술이 가진 치유적 에너지를 세계가 주목하는 명상 산업의 동향과 적극적으로 연계, 현대인이 경험하는 내적 갈등 및 대립을 스스로 목격하고 완화할 수 있는 기회를 예술로 제안하는 행사이다. 그 첫 번째 행사인달빛이 연못을 뚫어도는 오랫동안 마음을 주제로 작업해 온 설치미술가 김신일이 예술감독을 맡아 문서진, 박관택, 서용선, 유승호, 조현선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금강경 야부송의 대나무 그림자가 섬돌을 쓸어도 티끌 하나 일지 않고,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물에는 흔적이 없다(竹影掃階塵不動, 月穿潭底水無痕)”는 경구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된달빛이 연못을 뚫어도전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계에서 인식의 경계란 감각할 수 있되 그 흔적은 찾을 수 없는 달빛과 같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불분명한 곳에 머무르며 끊임없이 세계를 다시 보려는 예술가들의 은유와 추상이야말로 예술 행위가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임을 발견하고, 머물러 있지 않는 인식 그 자체를 향한 노력을 5명 작가의 작품을 통해 공유해 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초청된 5명의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식의 경계를 흐린다. 특유의 묵직한 필선과 강렬한 색감으로 한국 화단을 이끌어온 서용선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형 자화상과 불상 조각, 그리고 역사화를 선보인다. 액자처럼 걸려 있는 창문 밖을 향해 앉은 <시드니 자화상>(2020-2021)과 난간처럼 보이는 곳 자신 혹은 타자의 분열된 신체 속에 서 있는 작가의 모습이 담긴 <자화상NJ>(2021)에서 작가의 시선은 뜨겁게 불타오른다. 평소 자화상을 그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할 정도로 자화상을 즐겨 그리는 작가는 자신의 형상을 통해 외부 세계, 더 나아가 역사와 사회 현상에 대한 인식의 경계까지 다시 쓰기를 거듭하고 있다.

언어가 가진 본래의 의미들을 변형-해체시키는 작업을 해온 유승호 작가는 하나의 커다란 이미지로 보이지만 사실은 작은 글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이제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일련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의 화폭에서 글자들은 형상의 일부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가 될 뿐 본래 의미는 놓아버린다. 뇌출혈과 natural, 아이고와 I go를 뒤섞는 유머는 글자와 의미, 내용과 이미지 사이에 축축한 균열을 일으킨다. 그 틈새에서 고정관념은 힘을 잃고 새로운 인식의 가능성이 탄생한다.

조현선 작가는 자신의 전작 <Camouflaged Orange>(2015)의 화면을 계속해서 재구성-재해석해나가는 <반달색인>시리즈를 선보인다. 전작을 하나의 사전으로 상정하고 다시보기를 반복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완결을 거부하는 일이다. 작가는 사전처럼 한 문장 안에 명료하게 정의내리는 것의 불가능성을 사유하기 위해 캔버스를 덮고 또 덮기 보다는 새로운 화면을 생산하고 끊임없이 증식시키기로 함으로써 원본의 위계마저 흔든다. 원본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독자적으로 자생하는 <반달색인>들은 미완의 상태이자 그 자체로 완전하게 관람자를 맞이하며 명확한 정의내림과 경계짓기란 환상에 불과한 것임을 일깨운다.

선풍기 바람에 나부끼는 박관택 작가의 연약한드로잉들은 작품을 보는 방법에 질문을 던진다. 여러 레이어로 겹쳐지거나 잘려나간 종이의 표면들은 선풍기 바람에 의해 공간 속을 펄럭이며 관람자의 망막을 어지럽힌다. 드로잉들은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명확하게 잘 보여주기 위해 얌전히 멈춰 있기 보다는 2차원의 가상세계에서 3차원의 현실세계로, 정지된 스틸이미지에서 움직이는 무빙이미지로, 어떻게든 한 발짝 나아가 보려 애쓰는 듯하다. 선풍기 펜이 일으키는 요란한 소음과 피부로 느껴지는 공기의 흐름을 느끼며 연약한 드로잉 앞에 섰을 때, 고정되어 멈춰 있지 않으려는 연약한 노력이 내뿜고 있는 그 강단과 소신에 사로잡히게 된다.

문서진 작가는 얼어붙은 호수 위에 매일 눈을 쌓아 올리는 퍼포먼스 <살아있는 섬>(2020), 자신의 몸을 컴퍼스 삼아 커다란 원을 그리는 퍼포먼스 <내가 그린 가장 큰 원>(2016) 등 신체를 통해 세계와 교감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을 선보인다. 삽으로 눈을 쌓는다’, ‘몸으로 원을 그린다와 같이 최소한의 계획만을 가지고 시작하는 작가의 퍼포먼스는 불확실성 속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감각들로 채워진다. 언 호수 위를 오가며 작가가 느낀 지면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잠재된 죽음에 대한 두려움, 자연에 대한 경외, 연약하고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과 누군가의 응원으로부터 받는 위안에 대한 여러 단상들은 전시장에 놓인 작품들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 대한 관람자의 직접적인 감각을 일깨운다.

본 전시의 예술감독을 맡은 설치미술가 김신일수면을 뚫고 연못의 바닥을 비추는 달빛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듯, 불안함 역시 그저 일어나는 현상일 뿐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사고의 높이가 코로나 시대에는 특히나 더 필요하다, 기존의 정의와 용도를 폐기하고 인식의 경계를 새롭게 정의해 나가려는 작가들을 초청하여 달빛처럼 느끼지만 흔적도 없는 무엇으로 불안함을 되돌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명상과 예술을 적극적으로 연계하려는 본 행사의 취지에 맞게 부대프로그램도 알차게 꾸며질 예정이다. 오프닝 공연으로는 인도 고전 안무가 박은경의 ‘Rise from the Ashes’이 펼쳐지며, 마인드그라운드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무료 공개될 예정이다. 전시 중에는 작품들과 함께 어우러져 깊은 명상을 체험하는 클래스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 관람 예약은 협력사 마인드그라운드 예약 시스템을 통해 운영되며(https://bit.ly/3DjOner) 입장료는 무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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