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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사랑

김홍관 시인
  • 입력 2021.10.1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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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사랑

 

사랑은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슬쩍 스쳐 지나갑니다.

사랑이 지나간 후에

이게 사랑이었나 보다

아쉬운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사랑이 올 줄 미리 알고

이렇게 해야지 하는 일은 드믑니다.

 

지나간 것은 추억입니다.

추억 속에 지나간 사랑이 담깁니다.

추억이란 내가 지나온 길이고

그 길은 봄빛 가득한 초록의 길이었고

비 오는 날 우산도 없이 함께 걸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어리석었던 젊음의 객기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초록길은 낙엽으로 덮이고 우산도 필요 없게 되었지만

지난 것은 부끄럽지 않은 추억입니다.

추억 안에 덜 익은 사랑이 함께하였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가을에 익어가는 과실이 아닙니다.

평생을 익히려다 꼬투리가 무르기도 합니다.

사랑은 마음 그릇에 담는 것입니다.

사랑이란 그릇에는

시간도, 추억도, 사랑 안에 아픈 사랑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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