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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25

윤한로 시인
  • 입력 2021.10.0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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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童顔)

내 얼굴 속에는
가난이 없구나 어둠이 없구나 굴욕이 없구나 망가짐이 없구나 야비함이 없구나 시들어빠짐이 없구나 철저한 짓밟힘 처절한 헤어짐이 없구나 떠내려감이 없구나 미워함, 표독스러워라, 불붙는 증오가 없구나 굵은 뿌리 꿈틀거리는 절규와 절망 아우성이 없구나 욕정의 흙탕물 넘쳐흐르는 엉망진창이 없구나 아픔도 괴로움도 투쟁도 갈등에 찢어짐도 없구나 시샘의 시궁창 악취도 없구나 하다못해 나태와 방종 싸구려 분내도 없구나 내 얼굴 내 영혼 읽을거리가 없구나 수염 뽑히고 침 뱉고 모욕이 없구나 아무리 봐도 기쁘고 성스러, 모욕이 모독이 비참이 쭈글쭈글함이 징글징글함이 괴상망측함이

 


시작 메모
체스터턴은 얼굴이 영혼이 아름다운 얼굴로 꼽힌다. 물론 주름이 깊게 패고 우락부락한 게 꿈틀거리는 바윗덩어리 같다. 자유분방함이 흘러넘친다. 체스터턴의 <못생긴 것들에 대한 변호>라는 멋진 글을 보자. ‘인류의 폭군이자 인류를 기만한 사기꾼은 그리스인이다. 게다가 우리로 하여금 가장 강렬하고 매력적인 얼굴들을 못생겼다고, 가장 한심하고 혐오스러운 얼굴들을 아름답다고 부르게끔 만들었다. 이 수치스러운 중도(中道), 품위라는 측은한 감각은 현대 문명의 영혼을 훨씬 더 깊숙이 좀먹었다. 유태인은 족쇄를 차고 있어도 춤을 추라고 했다. 그리스인은 아름다운 화병을 머리에 얹고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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