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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24

윤한로 시인
  • 입력 2021.10.0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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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라

 

 

내가 누구예요

몇 살이나 먹었나요

여기는 어딘가요 어떻게 나가요

문 하나 열 줄 모르는구나

곱게 늙으셨는데

되게도 똑똑하셨는데

벌레 한 마리 죽이지 못하셨는데

개망할라니

욕을 욕을 밥먹듯이 하시는구나

그 많던 세상 지식 지혜 다 잊어 버려

숟가락이라 여기셨는감

안경으로 밥을 떠먹으시네

마침내 홀딱 벗곤 가방을 옷이라

자꾸 입으시는구랴

외로우면, 다 떠나가고 외로움이 뼈에 저미면

때갈스러워지는구나 뻔뻔스러워지는구나

남사스러버라! 그 가방

나도 함, 입고 싶네요

 


시작 메모
추석날 한 친구한테서 전화가 오기를, 시방 밖에 달이 아주 좋다고 거기도 달이 떴냐고, 떴다고, 그럼 서로 달 보며 교감을 하자고. 우리가 벌써 그렇게 됐나? 애들보다 더 애들이 됐군. 가진 것 든 것 읽은 것 쓴 것 다 잃어버리고, 날라 가곤, 지기럴! 굉장히 외로운갑다. 아무튼 그날 밤 둥두렷한 달은 마치 위로와 치유의 천사 라파엘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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