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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85] 시종일관 불안하고 불길했던 4개의 音,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10.0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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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 타임 투 다이'의 기저에 흐르는 불안감을 증폭한 음악적 용법을 중심으로

16년간 제임스 본드를 맡았던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본드 출연작이자 60년간 이어오는 007 시리즈의 제25편인 <노 타임 투 다이>. 2020년 4월 개봉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무려 2번이나 개봉이 연기되면서 애플 TV+, 넷플릭스 등의 OTT 서비스로의 스트리밍 일부 직전까지 오갔던 '노 타임 투 다이'가 9월 29일 수요일 오후 3시,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했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공식포스터

기사의 제목인 "시종일관 불안하고 불길했던...."가 영화의 한 줄 평이다. 이 영화와 기저에는 007 시리즈 6편인 <여왕 폐하 대작전>이 강하게 흐른다. 처음 오프닝 본드와 마들렌이 차를 타고 이탈리아의 산맥을 내려오는 장면에서부터 <여왕 폐하 대 작전>이 오버랩된다. 행복해하면서 왠지 초조해하는 마들렌에게 건넨 본드의 대사 "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직역하자면 우리는 세계의 모든 시간을 가졌어. 그만큼 행복이 충만하고 모든 걸 다 가졌다는 의미지만 제목은 죽을 시간이 없다고 한다!)는 <여왕 폐하 대작전>에서 본드가 결혼식을 마치고 드라이브를 하면서 자신의 부인에게 건넨 대사였다. 저 대사를 그대로 제목으로 한 <여왕 폐하 대작전>에서 루이 암스트롱이 부르고 삽입된 노래의 선율이 뒷배경으로 깔리니 지극히 따뜻하고 평온한 선율 뒤의 숨겨진 비극을 아는 관객들은 저 노래가 나오는 게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불길하다. 왜 하필 <여왕 폐하 대작전>이고 저 노래인가?

<여왕 폐하 대작전>의 타이틀곡은 강렬한 네 개의 화음 뒤 신디사디저의 4개의 음이 하향하는 모티브로 되어 있는 기악곡이다. 음악전 시퀀스의 연결이자 일맥상통이다. <여왕 폐하 대작전>의 내용을 아는 사람은 이제 단순한 예감을 이 넘어 '설마????'하는 불안함에 영화 내내 온몸이 경직된다. 마들렌을 기차에 태우고 냉정하게 돌아서는 본드에게 눈썰미가 따른 관객은 눈치챘을거다.(영화 대부2의 엔딩장면이 연상되었던 건 덤)마들렌이 자신의 배에 손을 얹는 장면을..... 그리고 기차 문이 닫히고 떠나면서 흐르기 시작하는 네 개의 음과 007의 첫편인 <닥터 노>의 알록달록한 원형을 떠오르는 <노 타임 투 다이>라는 영화제목의 글자.

단순히 킬링타임용 액션 영화를 예상했거나 007 전통과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관람하면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 자칫 지치고 지루할 수 있다. 더군다나 <노 타임 투 다이>는 액션/첩보물이지만 드라마가 주를 이루는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라고도 칭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유를 선호하지 않은 한국 관객들에게는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가 있다. 더군다나 군데군데 드러나는 우리 한국인의 눈으로 보면 가당치도 않고 피식하는 실소가 절로 나와 영화 몰입을 방해하는 왜색까지.... 영화를 보고 나서 울고 괴로웠다. 기분이 더러워서 리뷰를 바로 적을 수 없었다. 첫 관람 후 며칠이 지나고 마음이 진정되어 다시 보러 가기 위해 극장으로 향하는 이때, 리부트(Reboot)라는 단어가 강하게 뇌리를 스친다. 어차피 다니엘 크레이그는 이제 나오지 않는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가 이제 누가 되었든 간에 피어스 브로스넌의 4편 이후 그와는 완전히 성격과 분위기가 다른 다니엘 크레이그판 007이 다섯 편 묵직하게 나왔으니 이제는 또다시 순환되어 능글맞고 뺀질뺀질 하면서 심각하지 않은 유들유들한 로저 무어판 007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는 위안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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