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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비시 詩帖] 경계에 서서

김문영 글지
  • 입력 2021.09.28 21:40
  • 수정 2021.09.28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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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서서>

 

구학산과 주론산 능선을 넘어가는 새로 뚫린 임도에 서서 세상을 본다

북녘을 향해 두 팔 벌려 서면

왼쪽 방학리의 벌판과 오른쪽 옥전리의 비탈밭

벼를 베거나 고추를 따거나 기쁨보다 한숨 깊은 수확의 계절

경계에 맞닿은 파란 하늘로 뭉개구름 번져나가고

'오징어게임'이 세계 1등 드라마가 되는 시간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는' 낭만조차 사라지고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경선 잔치 한창이다

화천대유 천화동인 적반하장 후안무치 마녀사냥 네거티브 마타도어 시끄럽다

대장동 부동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꿈도 꾸지 못하는 돈의 액수

정치가 코메디가 되는데도 사람들은 웃지 않는다

돈 많은 곳으로 돈은 몰려가고 돈 없는 사람은 점점 돈 없어 서럽다

가슴과 가슴 속에 분노만 더 커간다

이미 가지고 있던 권리 놓치지 않는 마음들이 탐욕을 키우고

적폐를 청산해야 하는 시기를 놓친 아쉬운 언어가 춤춘다

적폐가 적폐를 공격하고 민주진영 대선 후보가 적폐를 편드는 아이러니

이쪽의 분노와 저쪽의 분노가 부딪쳐 새로운 분노를 만들어내는 시간

산아래 천수답 벼는 누렇게 익어간다

고추농사 풍년인데 값이 똥값 되어 농민들의 한숨 깊다

차라리 사먹는 게 싼 농사 그래도 끊을 수 없어

퇴행성 관절염 깊어지는 팔다리 꾸역꾸역 움직여

벼를 베고 고추를 따는 서러운 마음 위로

봄에 빌린 영농자금 이자가 쌓인다

방역대책 연장 강화로 빚에 쪼들리는 국민 늘어나도

은행들은 대출 이자 높여 배불리고 공무원 월급도 줄지 않는다

'돈이면 다냐'며 돈다발을 내팽개치는 돈에 분노한 어느 사람에게

돈은 다시 그 사람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약이 된다

게임장 안이나 밖이나 어렵고 힘든건 마찬가지

경계에 서서 눈치 살피는 인생 더럽게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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