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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81] 리뷰: 가을을 여는 All that Music(올댓뮤직)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9.19 10:02
  • 수정 2021.09.1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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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 토요일 오후 7시, 경기아트센터 소극장

음악계 자체가 워낙 좁기 때문에 한 다리 건너면 전부 중고대학교 동문 더 나아가 유학 또는 제자모임(클래스)등은 다 엮어져 있다. 조기교육 분야의 대표적인 게 예체능인걸 감안하면 어린 나이에 시작하여 전문예술학교로 진학하는 경우가 흔하다. 음악, 특히 클래식한다고 하면 선후배, 사제지간이기 때문에 좋게 말하면 결속력이 강하고 나쁘게 보자면 그만큼 폐쇄적이고 끼리끼리다. 클래식 음악의 불모지에서 더군다나 자립이 더욱 요원한 비대면 코로나 시대에 의기투합하여 음악회를 개최한다는 그 자체가 칭찬받아 마땅하고 대견스럽다. 별다른 외부의 여러 지원과 보상(그게 금전적이든, 학술적이든, 교육적이든) 없이 동문과 그 지인들 위주(즉 더 나아가면 그게 음악에서는 하나의 사조요 스쿨이요 파트너십의 이상적인 모델)로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관객들 앞에서 선보이는 자리다. 무대만큼 음악가들에게 성장과 존재 이유가 절실한 곳이 또 따로 있을까?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 올댓뮤직 콘서트

소프라노 김하은이 첫 출연자로 떨면서 무대로 나오니 보고 있는 필자까지 떨리고 심장이 콩닥거린다. 너무 오래간만에 무대에 오른 듯한 흔적이 다분했지만 성량만큼은 결코 다른 이에 뒤지지 않았다. 앞으로 더욱더 대중들 앞에서 노래 부를 기회가 많아진다면 긴장은 점점 엷어질 것이다.

모차르트의 론도 K. 373은 바이올린으로 연주할 땐 C조지만 플루트는 악기의 화려한 특성에 더 어울리게 장2도 이조하여 D장조로 연주하는데 프로그램에는 C로 오기되었다.

사무엘 바버의 발레 모음곡을 연주한 두 피아니스트는 마스크로 얼굴이 가려져 제대로 그들의 표정을 보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로 호연이었다. 바버에서 피아니스트 김예인과 김인영은 절친 또는 자매인가 착각이 들 정도로 마찰 없이 연탄곡의 이점을 제대로 살렸으며 무엇보다 춤곡이라는 성격을 십분 발휘하면서 섬세함과 예리함, 부드러움과 저돌성을 안배하며 바버의 매력을 여과 없이 과시했다. 훌륭한 연주를 통해 작품의 진가가 다시 드러나고 또 듣고 싶게 만드는 모범적인 사례다.

우아하지만 도도한 자태로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 아리아를 부른 소프라노 고유영과 반주자 홍혜인 둘 사이는 프로필 상으로는 접점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서로 간의 예의와 매너가 돋보였다. 어느 한 쪽이 주도권을 가지지 않고 홍혜인의 피아노가 지극히 부드럽게 받쳐주며 고유영의 호흡을 도왔다.

바이올린의 한재민과 플루트 정한솔 그리고 첼로의 김지현까지 어찌 된 게 기악곡 연주자들은 전부 보면대를 가지고 나왔다. 마지막 피아졸라 트리오야 실내악이니 악보를 보면서 서로를 맞추는 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희귀한 곡도 아니고 각 악기들의 흔한 레퍼토리인데 다들 암보가 아닌 악보를 보고 한 게 공통점이었다. 어느 한 명만 보고 했다면 그건 한 개인의 연습과 준비 부족이었겠지만...

피아니스트가 서정우가 나오면 일단 릴랙스 된다. 적어도 평타는 칠 거라는 믿음이 지난 9월 12일 성남 TLI 아트센터에서 생겼기 때문이다. 이번 음악회에서는 처음으로 독주곡으로 스카틀라티의 소나타와 쇼팽의 에튀드를 선보였는데 전혀 다른 성격의 두 곡을 연달아 휴지도 없이 치니 이질감이 생겼다.

좌로부터 바이올린 박보연, 피아노 한창환, 첼로 송채은

서정우가 반주한 1부의 성악곡에서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메조소프라노 오수진은 매력적인 음성의 소유자로 노래 부르는 자태도 아름다웠다. 그 황홀한 자태에 빠져들지 못하게 한 결정적인 요인은 무대 위의 가수가 아닌 경기아트센터 소극장 중간에 앉아 하우스 어셔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김효근의 <첫사랑>과 비제의 <하바네라>를 핸드폰으로 찍은 두 명의 남녀에게 있다. 가족인지, 팬인지, 지인인지, 기념인지, 추억인지, 학습용인지, 개인 소장용인지는 모르겠지만 몰상식한 도촬로 인해 정작 피해를 본건 소프라노 오수진이다. 그녀의 카리스마와 노래에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기아트센터에서의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로 도촬 관객은 퇴장 조치되었지만 그런 어수선함과 이기적이고 매너 없는 행태 때문에 소프라노 오수진 더 나아가 다음 스테이지에 선 플루트의 정한솔과 피아노의 이주현의 연주도 몰입할 수 없었다. 음악회에 가는 이유가 뭔가? 음악 들으러 간 사람이 음악에 몰입할 수 없고 집중할 수 없었다는 거만큼 연주자들에게 큰 마이너스는 없다. 연주를 집중해서 듣고 즐기면서 노래가 끝나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면서 그 사람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바치는 게 진정 무대 위의 연주자에 대한 최고의 사랑과 존중이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에서 '그대의 찬 손"을 부른 테너 김희건은 지성과 공유를 닮은 듯한 배우 같은 멋진 외모의 소유자로 아리아가 아니라 1부의 보컬 김동현같이 뮤지컬 넘버를 불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이 들었다.

추석 연휴 첫날, 종합선물세트 같은 그래서 올댓 뮤직이라는 절묘한 작명의 음악회에 참여한 모든 뮤지션들의 미래와 아직은 만월이 되지 않았지만 하루 이틀 밤만 보내면 보름달과 같다. 그들이 더욱 성장하고 발전하여 온누리를 환하게 비출 한가위의 보름달처럼 '푸르게, 더 푸르게~~' 그들의 미래는 푸르고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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