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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22

윤한로 시인
  • 입력 2021.09.17 08:15
  • 수정 2021.09.1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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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미사

 

 

지금 경제도 안 좋잖아

이제 그만둘 때도 됐잖아

라고들 하지 마세요, 그리고 거기

자꾸 화장실 뒤에서 담배 피지 마세요

아유 증말

 

또다시 4월이 오고

하나 하나 하나 하나

엊그제 별이 된 그 녀석들

나 이 밤 미사

성체를 모신다

슬픔과 위로의 마음

손톱만큼이라도

냈으면

얻었으면

 

제발

인간 망종은 되지 말았으면

 

 

 


시작 메모

미사가 끝나고 독수리 몇몇, 성당 그 화장실 뒤에 모여 뿌시기 한 대들 피며 얘기합니다. 독수리들은 겉은 멀쩡한데 속으로 심한 우울증이나 깊은 정신병을 앓고 있습니다. 난 아무래도 결혼 못할 것 같애. 나도 그래. 그러며 찍찍들 침을 뱉습니다. 내 마음 몹시 아픕니다. 오줌을 다 누고 나서 저들 위해 성호를 긋습니다. 지금 경제도 안 좋잖아, 이제 그만둘 때도 됐잖아, 하는 잘나고 똑똑한 그들보다 저들이 열 배 백 배 낫습니다. 세월호 아이들, 그래, 난 끝까지 기억할 겁니다. 다시 또 한 번, 꽃다운 아이들 영혼을 위해 성호를 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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