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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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21
  • 윤한로 시인
    윤한로 시인 jintar@hanmail.net
  • 승인 2021.09.1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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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20151112

 

 

1.

어두운 바닷속 가슴 아픈 시간들

귀기울여 들어보면 그대들 마음은 언제나

괜찮아요 ㅎㅎ 왜 이리도 천사 같냐

깊은 바닷속 그리운 이름들

눈감고 읽어 보면 그대들 영혼은 언제나

미안해요 ㅠㅠ 왜 이다지 꽃다울까

 

나 그대들 위해 그대들에 대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진정 아파하지 않았으며

사랑하지도 그렇다고 싸우지도 못했는데

살려 주세요 밝혀 주세요 목이 터져라 외치지도 못하고

날뛰는 파도 빤히 바라보면서

우리 어느 누구 하나 뛰어들어 건져 주지 못했는데

잘못만, 온통 잘못만 했을 뿐인데 그저 부끄러울 뿐인데

이제 보니 서럽고 아름다워

아무 이유 없어라, 오히려 그 이유 때문에

하나 둘 곁을 떠나고 어느덧 왕따가 됐구나, 그대들

살을 에는 듯 차가운 바닷속, 어쩔 수 없이

홀로 깨어 홀로 빛나야 하리, 스스로가 스스로를

품어야 하리 안아야 하리 깨물어야 하리

 

2.

그러니 우리 아이들 잊지 마세요 아니요 저기요 그러니까요 제발요 나쁘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 씹지 좀 말아 주세요 짜고 하는 짓거리라고 아아아, 돈이나 바란다고 그러다가 새들이 화나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풀들이 핏대 나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새들한테 된통 혼날지도 몰라요 풀들한테 엄청 밟힐지도 몰라요 저기 동네 박스들한테, 스티로폼들한테 까일지도 몰라요 까이면 아프잖아요 열라 서럽자나여 ㅠㅠ

 

3.

저번날이군요 그래도 이 나라엔 아름다운 초저녁이 왔답니다 들으셨나요? 십일월 십이일 함성 소리를 수능시험 마지막 사탐을 치고 학교 교문마다 쏟아져 나오던 대한민국 고3들 막을 수 없는 뜨거운 물결들을 그 물결 속에 우리 어여쁜 녀석들 함께 있었습니다 흘렀습니다 파카잠바 깃 속 깊숙이 파묻었다 비로소 내민 얼굴들 더러는 갸름해지고 더러는 동그스름해지고 듬성듬성 수염도 났습디다 그러나 불그스름 볼에 웃음 가득 머금어 여전히

 

4.

앳될 줄이야 숫될 줄이야

얘들아, 정말 고생했다

이제 모두 모여 밤새도록 한바탕 뛰놀아라

하늘에서 땅에서 일번가에서

그대들 마음껏 빛나라 싱그러운 웃음으로

부디 내 허물 깨끗이 없애 주라

우리 잘못 다 씻어 주라

 

 


시작 메모

그때 난 침묵했지만 침묵한 게 아니라 함께 아파했습니다. 그러나 아파했지만 그 후 아파한 게 아니라 침묵했습니다. 이 긴 시는 어떻게 보면 사실 ㅠㅠ, 한 마디일 뿐입니다. 침묵에 대한 변명입니다. 목이 꽉, 음절이 되다만 언어가 되다만, 채 몸짓이 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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