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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77] 리뷰: 서울아카데미앙상블 '청소년과 함께하는 음악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9.1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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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장천홀

1966년 1월 故 박태현 교수와 서울시립교향악단 여성 전문 음악인들이 주축이 되어 '서울 여성 스트링 오케스트라'라는 명칭으로 창단, 1984년에 현재의 '서울 아카데미 앙상블'로 개명, 국내를 넘어 활발한 연주활동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연주 단체로 성장한 서울아카데미앙상블이 김봉의 지휘로 4명의 음악도를 만났다.

9월 9일 목요일 장천홀에서 열린 서울아카데미앙상블의 '청소년과 함께 하는 음악회' 

첫 곡으로 마스크를 쓰고 지휘봉 없이 시종일관 음악회를 리드했던 지휘자 김봉의 모차르트 교향곡 39번 3악장은 싱그러웠다. 음악회의 포문을 여는 곡으로 으레 오페라의 서곡이 자주 선택되는데 이렇게 교향곡 한 악장만 떼어 시작하는 것도 신선하고 서곡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음도 깨달았다. 경기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심우성 군은 첼로 교습의 필수 관문인 게오르그 골테만의 첼로 협주곡 2번 1악장을 어린 나이답지 않게 뚝심 있고 일관성 있게 몰고 나갔다. 흔들지는 않고 마지막 종지까지 지속적인 안정을 가지고 안착했다.

경기초등학교 6학년 심우성
경기초등학교 6학년 첼로 심우성

서울예고 2학년의 오보에 최윤정은 안정적인 호흡과 인토네이션이 인상적이었다. 꾸밈음과 프레이즈를 간결하고 짧게 처리했으며 악곡 전체에 균형 잡힌 밸런스를 안배했다. 장래가 촉망되는 관악주자다.

서울예고 2학년의 오보에 최윤정
서울예고 2학년의 오보에 최윤정

예원학교 3학년의 서민지는 푸르렀다. 서민지 양은 하이든 말고 다른 걸 연주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고전 중의 고전이요 식상한, 그 나이 또래 음악을 배우는 학생들이 필수로 접하는 학습곡말고 피아졸라 아니 클래식 말고 다른 곡은 어땠을까? 왜 꼭 악기를 전공한다면 클래식으로 익혀야 하는가? 서민지 양이 하이든 말고 다른 그 또래가 좋아할 영화음악이나 파퓰러하고 라이트 한 곡을 연주했다면 그녀의 끼를 더욱 과시하였을 거 같다. 아무리 한국이 클래식 강국이고 어린 나이에 영재가 수두룩한다고 해도 시대와 환경이 변했고 시시각각 변하는 조류에 다들 전기차로 갈아타는 판국에 디젤차 운전 배우고 익히는 격이다. 하긴 지금 가르치고 지도하는 선생들 자체부터 자기들이 수학한 거 말고는 못하니 그대로 전수하긴 하겠지만 중3 여학생의 발랄함과 하이든은 너무나 언밸런스하다.

예원학교 3학년 첼로 서민지
예원학교 3학년 첼로 서민지

서울예고 2학년의 황윤진은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 1악장을 깨끗하면서 섬세하게 연주했다. 아직은 박자와 리듬이 흔들렸는데 혼자 보다 반주자와 함께 다수의 곡들을 맞추고 조절하면서 그 점만 보완하면 더욱 능숙한 연주를 할 거라고 여긴다.

서울예고 2학년 바이올린 황윤진
서울예고 2학년 바이올린 황윤진

여전히 바뀌지 않은 철옹성 같은 풍토가 또 있다. 이런 유의 제자/청소년/학생/ 다인 음악회는 학예회의 성격이 짙기 때문에 음악회 관객들도 자신과 관계된 사람의 스테이지만 착석하고 나가는 이기적이고 비 성숙한 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고 인류가 지속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고 서울예고 2학년 학생들 보고 친구도 아닌 초중학생의 연주를 앉아서 감상하고 강요하기도 무리다. 다른 제자들 데리고 가르치는 제자의 협연 무대에 참관한 선생이 제자 연주 끝났는데 가만히 앉아서 자신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다른 학생들의 연주를 들을 리 만무하고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런 유의 음악회에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자기 자식, 친구, 후배같이 여기며 따뜻한 응원을 보내는 몇몇의 점잖은 분들이 새삼 고맙고 귀중한 것이다. 자기 자식밖에 모르는 부모들의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학생을 어떻게라도 입학시키고 진학시켜야 하는 레스너 선생의 처지, 이런 음악회라도 기획하지 않으면 연주 기회 자체가 없는 음악계의 현상 자체가 빚은 풀지 못할 영원한 딜레마다.

꼭 음악만 그런 게 아니더라.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올해 고졸 신인 투수 이의리의 첫 선발승이 걸린 경기에 이의리 다음에 나온 투수의 분식으로 이의리가 승리투수가 되지 못하자 아직 경기도 끝나지 않았는데 분을 참지 못하고 화를 내고 경기장 밖으로 나가버린 1회부터 이의리 푯말을 들고 오직 이의리만 응원하던 여성의 모습이 떠오른다. 야구를 사랑하는 게 아닌 사람이 좋아서 그 사람과 관계 때문에 전체가 아닌 일부분만 보고 오는 관객들은 어딜 가나 있고 그런 자들이 많다고 음악계, 체육계 자체의 판이 절대 커지지 않는다. 야구고 음악이고 기량 연마와 실력 향상보다는 연주자 & 수용자 모두 본질 그 자체에 대한 예의와 남과 같이 하는 자세와 매너부터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게 출발이다.

무대는 학습의 장이자 성장의 발판이다. 오늘 연주한 4명 오늘의 무대를 통해 자신의 연마한 자신의 기량을 관객들 앞에서 선보이며 부족한 점을 깨닫고 보완하고 무대매너를 익히고 경험을 쌓으면서 발전하는 것이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요 자양분이다. 황윤진의 차이콥스키로 음악회가 끝났다. 로비에 나오자 이미 연주를 끝낸 서민지 양이 예원학교 교복을 입은 자신의 친구들과 활달하게 웃고 브이자를 그리면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황윤진 언니의 차이콥스키 안 듣고 자기 곡 끝나니 악기 싸매고 나왔구나 하는 생각보단 그 자체에 절로 미소가 띠어질 정도로 보기 좋았다. 그래.. 이러면서 자기들이 행복하고 만족한다면 더 이상 뭐가 필요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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