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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72] 콘서트 프리뷰: 화음챔버오케스트라 '백남준을 만나다'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9.04 11:02
  • 수정 2021.09.0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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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7일 화요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IBK홀

화음쳄버오케스트라라고 하면 그림과 음악의 결합인 화음(畵音)프로젝트가 대번에 연상된다. 2002년부터 시작돼 20년 가까이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쓰는 살아 있는 하르트만과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그림' 진행판이다. 더군다나 한 번 연주되고 소멸되는 현대창작곡을 우리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예술로서의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2011년부터 국내외 미술관과 전문공연장과 연계 현대 창작음악을 초재연하는 화음프로젝트페스티발까지 현대 창작곡 보급과 소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단체가 화음챔버오케스트라다.

9월 7일 화요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화음챔버오케스트라 '백남준을 만나다'

1996년 현재의 예술감독인 박상연에 의해 CJ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실내악단 '화음'을 모태로 쳄버오케스트라로 확대 개편한 화음챔버오케스트라는 이미 이름에서부터 악단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상징하고 무색무취의 천편일률적인 연주단체와 차별된다. 연주자 개개인의 인물 위주가 아닌 작품, 콘텐츠 중심의 그룹으로 고유의 레퍼토리를 지속적으로 제작하면서 기업과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민간 연주 단체 운영의 선구적인 롤모델 케이스로서 자리 잡고 있다. 그와 동시에 2002년부터 화음챔버오케스트라의 고유 프로그램인 상술한 '화음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관악, 타악, 국악 등 다양한 편성으로 확대하면서 국내외 작곡가들에게 지속적인 위촉을 통해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있다.

9월 7일 화요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열리는 <화음챔버오케스트라, 백남준을 만나다>는 역시 음악회 제목만 봐도 성격이 명확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인 백남준의 작품에서 음악적 인상과 영감의 원천으로 한 백남준과의 연계다. 존 케이지의 2작품(하나는 너무나 익숙하고 매일 접하고 시시각각 무위식적으로 우리가 접하는)과 함께 2017년 공모를 통해 선정된 김신의 화음프로젝트 op. 185 <Mouth MUsic: Extraordinary Phenomenon>과 전현석의 화음프로젝트 OP. 184 <Diffused Dots> 그리고 백영은의 화음프로젝트 op 183 <TV Garden>과 최은진의 화음프로젝트 op 175 <낡은 기억들>이 연주된다.

2021 화음챔버오케스트라 '백남준을 만나다' 출연진과 프로그램

이날 4명의 작곡가 중 유일하게 필자가 지금까지 작품을 접해보진 못한 최은진의 <낡은 기억들>은 백남준의 '프렉탈 거북선'을 보고 정면. 좌. 우. 위의 다른 시선에서 느꼈던 각각의 이미지를 네 개의 짧은 음악으로 표현한 곡이라도 한다. 첫 곡에서 그린 거북선의 머리는 70년대 유행하던 초능력의 사이보그 영화를 연상시킨다는데 그 영화가 뭔지 궁금해지고 70년대 영화를 어린 시절 보았고 그게 낡은 기억으로 남아 현재의 빛의 이미지로 승화시켰다면 작곡가의 연식이 얼추 계산된다. 거북선을 통한 자극이 꼬리에 꼬리에 물어 원전과는 멀어진 작가 개인의 개인적 경험이 음악적 산물로 산출된 게 아닌가 싶다.

화음챔버오케스트라의 전속 작곡가를 역임한 백영은의 <TV Garden>은 이 땅의 모든 생명체들은 저마다의 존재 이유를 갖고 이 땅의 모든 생명체들의 삶의 무게를 백남준이 부딪히고 감당했던 시간들과 비교한 응축된 소리들의 조합이다.

작곡가 백영은의 작품모체가 되는 백남준의 'TV Garden'
작곡가 백영은의 작품모체가 되는 백남준의 'TV Garden'

추계예대, 한국예술종합학교,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현재 추계예대, 이화여대, 전북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 중인 전현석의 <Diffused Dots>는 작년 12월 '시간과 공간의 춤'이라는 제목의 작곡발표회에서 들은 곡이다. 전통적인 현악4중주의 편성에 일신홀의 객석 모서리에 위치해서 정사각형의 소리의 전달을 시도했던 <DIffused Dots>가 예술의전당 IBK 홀에서는 어떤 식으로 작곡가 전현석의 주관심사인 음향과 소리의 공간화와 맞닿을지 주목된다.

김신은 2년 전 광주문화재단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39주년 기념 특별음악회 [님을 위한 행진곡] 창작관현악 공모선정곡 초연발표회에서 마치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서곡이나 '슬라브행진곡'을 연상케 하는 <님을 위한 행진곡에 의한 교향적 환상곡>으로 젊음의 패기와 열정을 느꼈던 작곡가이다. 식상한 요즘 스타일의 작법 대신 작곡가만의 뚝심으로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전개하는 뚝심에 은근히 놀라고 기분이 좋았는데 <Mouth Music:Extraordinary Phenomenon>에서는 청중들로 하여금 악기들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들려오는 음향만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음향 너머에 어떤 소리들로 청중들의 상상력을 자극할지 기대된다.

우리 기억 속의 백남준이 어떤 모습으로 다시 음악화되어 백남준을 조명할 시간을 갖고 융합된 예술의 모습을 접할지 9월 7일 화요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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