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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하이쿠

김정은 전문 기자
  • 입력 2021.08.31 22:50
  • 수정 2021.09.1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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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오 바쇼

(사진출처=EBS)
(사진출처=EBS)

마쓰오 바쇼는 1644년경 일본 우에노 인근에서 태어나고 1694년 위장병에 걸려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평화롭게 세상을 떠난다. 파초를 좋아해 자신의 이름을 바쇼로 지었고 사무라이 이름이기도 한 본명은 마쓰오 무네후사이며 호는 소보이다. 마츠오가 아니라 마쓰오가 한글 표기이다. 아버지는 하급 사무라이로 추정되고 그로 인해 바쇼는 군 생활을 보장받았지만 눈에 띄는 삶을 살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전기 작가들은 그가 부엌에서 일했다고 주장하지만 어린 시절 바쇼는 도도 요시타다의 하인이 되었다. 요시타다는 바쇼와 '호쿠'라는 단시를 나누었는데, 나중 '하이쿠'로 개칭했다. 하이쿠는 일본 전통 단시인데 바쇼, 잇사, 부손은 3대 하이쿠 명 시인이다.

바쇼는 이전 하이쿠들이 경박하다고 하여 지역을 돌아다니며 독특한 시풍을 창조한다. 평생 방랑한 시인 김삿갓의 삶을 닮았다. 1662년 현존하는 최초의 시를 출판하고, 16642편을 편찬하고, 1665년 바쇼와 요시타다는 몇몇 지인들과 함께 백 구절의 렌쿠를 지었다. 렌쿠는 두 사람이 한두 구씩 지은 전체 한 편의 한자 시이다.

1666년 요시타다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바쇼의 평온했던 신하로서의 삶은 끝났다. 이 시기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바쇼는 사무라이 신분의 가능성을 포기하고 집을 떠난 것으로 알려진다. 바쇼는 한때는 토지를 가진 공직자가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지만 사실인지 알 수 없다.

그는 전업 시인이 될지 확신하지 못했다. “선택은 내 마음속에서 싸웠고 내 삶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며 우유부단함을 보인다. 하지만 1667, 1669, 1671년에 시를 계속 간행하고, 1672년에는 그를 비롯한 테이토쿠 학파 저자들이 직접 편찬한 작품을 출판한다. 그해 봄 에도로 이주해 시학을 공부했다.

1691년 겨울 다른 곳에서 에도로 돌아온 바쇼는 제자들이 다시 제공한 세 번째 바쇼 오두막에서 살았다. 여자 친구와 조카와 지냈고 방문자가 매우 많았다. 바쇼는 계속 불안했고 친구에게 다른 사람들에 의해 방해받아 마음의 평안이 없다.”고 썼다. 16938월 말까지 자신의 바쇼 오두막 문을 닫고 한 달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일상에서 자신을 떼어놓기보다는 반쯤 불교 철학인 가벼움의 원리를 채택하고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1694년 여름 마지막으로 에도를 떠나 오사카에 도착하기 전에 우에노와 교토에서 시간을 보냈다. 임종 때 공식적인 죽음의 시를 짓지는 않았지만, 병에 대한 마지막 그의 시는 작별 시로 받아들여진다. 시가현 오쓰시에 바쇼 묘소가 있다.

일본어 시를 영어와 한글로 필자가 번역했다. 일본어는 띄어쓰기가 없고 하이쿠는 한 줄인데 여백이 너무 남아 행 구분하였다. 일본 최고의 하이쿠 시인의 시를 읽어보자.

 

Old pond;

frog jumps in

water’s sound

 

오래된 연못이나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그의 시 중 가장 유명한 시이며 자신의 오두막에서 제자들과 개구리를 주제로 하이쿠 모임을 열었을 때 지은 작품이다. pond, sound 각운을 맞췄다. 번역은 재탄생이다. 제자들과 자신을 비유한 듯해서 자신은 오래된 연못이지만 아직도 많은 제자 개구리들이 시를 배우러 찾아온다는 느낌이 들어 연못이나로 번역했다. 한 편으론 바쇼 자신이 개구리이지 아닐까? 오랜 연못에 오랜 동면을 깨고 다시 태어난 개구리. 어쩌면 바쇼는 그처럼 다시 태어나는 자신을 바랐을지 모른다.

 

오래된 연못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오래된 연못이여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오래된 연못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퐁당

 

오랜 연못에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텀벙

 

오래된 연못

개구리

풍덩

 

위처럼 많은 번역본이 있지만 퐁당은 작고 단단한 물건이 물에 떨어지거나 빠질 때 나는 소리로 돌멩이 같은 게 어울리고 풍덩은 더 큰 물건이 어울리고 텀벙은 묵직하고 큰 물건이 깊은 물에 떨어지는 소리라 개구리와 어울리지 않는다. 실제 원문엔 의성어가 없어 퐁당 등은 덧붙이지 않음이 낫다.

오래된 연못을 고요한 연못으로 번역한 사람도 있는데 오래 되었으니 고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랬을 거 같고 일본어를 영번역한 영어 원어민 번역자들도 오래되고 고요한(old and silent)으로 번역했는데 시는 간결해야 하니 오래된이 낫다. 물소리를 물보라 소리로 한 번역도 있는데 같은 이유로 간결한 단어를 선택함이 시 번역엔 좋다.

 

How amazing!

To see lightning;

not think life is a moment

 

얼마나 놀라운가!

번개를 보고도

삶이 순간인 걸 모르다니

 

amazing, lightning 라임을 맞췄다. 외국 Robert Hass라는 사람은 아래처럼 번역하는데 감탄보단 반어적 표현이니 어메이징이 낫고 and보단 but의 의미가 어울린다. 시의 간결성과 라임으로 세미콜론 처리하였다.

 

How admirable!

to see lightning and not think

life is fleeting.

 

한글 번역본도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순간인 걸 모르다니

 

위처럼 한글 번역한 사람도 있는데 시는 짧을수록 좋다. 보면서는 진행형 영어식이니 지양이 낫고 순간과 한순간은 같은 말이니 간결함이 낫다.

 

Lives of two people:

blooming in it

cherry blossoms!

 

두 사람의 삶

그 사이에 핀

벚꽃이여

 

19년 만에 만난 고향 친구에 대해 쓴 시이다. 사랑 시로도 손색없다. 삶보단 원래는 목숨, 생명이 맞는데 시어로 적합하지 않아 삶으로 했다.

 

두 사람의 생

그 사이에 피어난

벚꽃이어라

 

이처럼 한 번역도 있는데 시도 시각 언어다. 글자 수가 잘 맞춰진 모습이 아름답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는 황지우 시인의 묵념, 527이다. 제목만 있고 시 내용은 없다.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계엄군에 의해 유혈 진압 날인 527일을 상징한다. 그 정도 묵념하면 많은 시가 나올 듯하다.

그전까지는 뱀 너무 길다라는 쥘 르나르의 시가 가장 짧았다. 뱀은 인생, 기독교의 죄를 상징한다. 뱀은 허물을 벗고 재탄생해서 환생을 상징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론 그런 의미로도 해석하고 싶다. 정현종의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도 좋은 짧은 시다. 섬은 외로움을 상징하고 모든 사람의 외로움을 아우르는 내용이다.

바쇼의 마지막 시다. 떠돌던 바쇼의 시는 이제 전 세계의 사람들의 마음에 안착했다.

 

여행 중 병에 걸려 내 꿈은 떠돌아다닌다 마른 풀밭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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