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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수 교수, 한국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필요한 이유 설파

김민숙
  • 입력 2021.08.25 16:24
  • 수정 2022.05.2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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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자 출신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가 ‘한국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사진=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홈페이지 갈무리)

한겨레 기자 출신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가 ‘한국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교수는 르몽드디플로마티크를 통해 지난 7월 30일 ‘한국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필요한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언론 신뢰도가 선진국들 중 꼴지 수준으로 추락한 것은 ‘언론자유, 발행부수’라는 두 신화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언론의 자유는 시민의 권리로 발달해온 것인데 역으로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쪽으로 언론의 자유가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신문이 인터넷으로 수익을 올리는데 우리 언론이 네이버와 다음 포털에 종속돼 독립을 못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하며 언론개혁 관련 법안은 우리 언론이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는 두 신화의 미몽에서 깨어나는 ‘알람’ 구실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 말기에 전무한 언론개혁에도 불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첫째로 부진한 개혁에 쏟아지는 따가운 시석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80석 범여정당에도 불구하고 언론개혁은 지지부진했고, 국회의원이 된 언론인 24명 중 언론개혁 의지를 강하게 보인 여당 의원은 4명뿐이며 보수야당 의원들은 언론개혁을 막는 ‘방탄의원단’이라는 것이다.

둘째로는 갈수록 심하게 편파·왜곡보도를 하는 기성언론이 역설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언론개혁에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조국 교수와 딸의 삽화를 성매매 위장 절도 사건에 재사용했던 일, 이에 조국 교수가 미국 법원에 손배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인 것이 한국의 입법 미비 상황을 부각시켰다고 전했다. 삽화를 사용한 기자와 데스크, 언론사가 한국에 있는데도, 전재했을 뿐인 ‘LA조선일보’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려는 것이 한국에서는 징벌적 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윤석열이 조국 일가를 100여차례 압수수색하는 등 검찰권을 남용한 행위가 검찰개혁뿐 아니라 언론개혁의 당위성도 돋보이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언론중재위원회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손해배상 청구사건 2,220건을 분석한 ‘언론판결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판결 인용액이 너무 적다는 사실도 제기하며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들 역시 허위조작정보나 가짜뉴스의 폐해성을 심각하게 느껴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관한 찬성 여론도 높다고 설명했다. 20년 5월 리서치뷰 조사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찬반 비율이 81대 11로 찬성이 앞도적으로 높다는 것을 제시했다.

 

이어 이 교수는 돈을 벌기 위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에 형사소송 말고도 경제적 배상을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짜뉴스가 확증편향을 거쳐 더 많은 독자와 시청자를 모으는 구조로 되어있어 민사소송을 겸해 경제적 이익을 박탈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월 억대 수익을 올리는 극단적인 유튜버나 기성언론에게 수백만원 배상금은 ‘필요경비’ 정도일 뿐으로 징벌적 배상제가 없는 상황에서 돈 되는 가짜뉴스의 생산과 전파를 자제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핵심은 양형 기준을 높이자는 것으로 지금까지는 법원의 보수적 판결로 일부 손해만 배상될 뿐 징벌의 의미가 없었다며, 징역 등의 상하한선을 규정해둔 형법처럼 상하한선을 설정해둬야 징벌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민주당 통합안에 따르면 ‘고의·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른 피해자는 인정되는 손해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 배상을 언론사 등에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징벌적 배상제 반대론으로 ‘비판적 보도를 악의적 보도로 규정해 언론 탄압 수단으로 악용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부 부작용은 예상되지만 현실에서는 기자와 언론사가 성향에 따라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를 품고 내보내는 기사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법에 걸리지 않으려면 ‘악의’를 버리고 공정하게 보도하면 되는데 공정보도를 유도할 다른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관건은 누가 ‘악의’를 입증하는 책임으로 상세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우리 언론 병폐 중 하나로 정정보도의 인색함을 들었다. 사법절차가 더뎌 정정해도 피해가 거의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도책임자가 정정보도까지 맡아 눈에 안 띄게 정정보도를 하려고 온갖 수법을 동원해 피해구제가 제대로 될리 없다는 것이다. 도한 우리 언론계 풍토는 왜곡 보도를 바로 잡으려는 의지보다는 동업자심리가 더 강하게 작동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열림차단청구권은 언론중재위원회가 기사 열람과 검색을 차단해 피해구제를 한 사례가 전체의 30%에 이를 만큼 입법에는 문제가 없을 듯하다고 밝혔다. 기사 열람 차단은 긴급구제절차로 입법이 강화되면 피해구제 신청이 크게 늘어날 것이지만, 공적 사안이나 공인의 경우 기사 열람이 쉽게 차단되면 건전한 공론장 형성에는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기사삭제요구권은 유럽연합 등에서 ‘잊힐 권리’의 하나로 법제화한 것으로 여전히 ‘알 권리’와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사 삭제는 언론 보도의 기록성마저 영구히 사라진다는 점에서 좀 더 신중하게 행사되야 한다고도 밝혔다. 이에 미국이 비밀문서에 관해 해제 연한을 두는 것처럼 오보나 혐오 보도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열람만 차단하다가 일정기간이 지나면 해제하는 절충방안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의 경우 회원국 법률상 정보처리 필요성이 인정되거나 공익적 사유의 경우 삭제요구권을 제한한다고도 소개했다.

 

이 교수는 가장 제일 시급하고 중요한 언론개혁 과제로 포털을 개혁하는 것을 지적했다. 뉴스신뢰도가 5년째 꼴찌인 이유로 포털의 탓이 가장 크다고 밝히며 포털을 ‘쓰레기 기사 투척장’이나 ‘공멸하는 언론의 무덤’으로 묘사했다.

그런 이유로 뉴스 추천의 보수 편향이 심각한 것을 꼽았다. MBC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네이버는 보수언론이 48%를 차지, 진보언론은 3.6%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사의 경우 허접쓰레기 기사를 배껴 쓰는 ‘어뷰징팀’을 두는가 하면, 아예 ‘조선NS’라는 온라인 전문자회사를 설립해 선정적 기사를 많이 올리기로 유명한 자들을 대거 스카우트했다는 이야기까지 전했다.

얼마전 포털 알고리즘 공청회에서 네이버가 “알고리즘이 아닌 언론사가 추천하는 구독 중심으로 뉴스 소비가 이뤄지고 있고, 30% 정도만 보조수단으로 마이뉴스라는 알고리즘 추천뉴스를 이용한다”라고 변명한 것은 ‘자동차가 교통사고 냈으니 운전자는 책임 없다’라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 기사가 주로 포털에 뜨는 이유는 디지털 인프라가 좋은 보수언론이 선정적 기사를 양산해내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했다.

외국 포털의 경우 대개 검색기능만 있고, 인공지능에 관해 편향성 등을 엄격하게 감시한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지침에는 투명성과 개방성 확보, 기업 자신의 인공지능 기능이 공정하고 편향없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과장하면 안되며 문제가 될 시 책임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언론은 투명하지도 개방하지도 않으면서 편향성이 없다고 계속 말하고 책임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교수는 여론집중도 조사가 중요한 이유로 여론 독과점 상태에서는 민주주의도 무늬만 남게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 여론조사 결과 선거에서 후보자 선택시 어떤 경로로 정보를 얻느냐는 질문에 43%가 포털, 3.9%만이 신문이라 답했다며 포털이 정파적인 신문 콘텐츠를 편향적으로 퍼 나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포털이 진지한 언론의 적이 되고 있다며 진정한 민주주의 보전을 위해 네이버 이해진, 다음 김범수 의장에게 검색 기능만 남기는 것을 포함해 스스로 포털 문제 결단을 내려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한국 언론권력이 통제받지 않는 절대권력으로 영원히 남으려 한다고 밝히며, 노벨상을 받은 하인리히 뵐이 독일에서 가장 선정적이었던 신문 ‘빌트’를 겨냥해 쓴 소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소개하며 작가의 마지막 말과 함께 글을 마쳤다.

“아무리 막강한 절대권력도 그들만큼 항상 마구 휘두르지는 않는다. (···) 헤드라인의 폭력에 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 그것을 한 번쯤 연구해보는 것은 범죄학의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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