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 음악통신 460] 콘서트 프리뷰: 창작가곡연구회 창단음악회  '詩, 선율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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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60] 콘서트 프리뷰: 창작가곡연구회 창단음악회  '詩, 선율을 입다.'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1.08.1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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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9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일신홀에서 창단음악회 열려

예전의 어떤 가곡 발표회에서 한국 생존 작곡가가 19세기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유명한 시를 가사로 하여 곡을 발표하는 걸 보고 왜 한국 사람이 자국의 언어를 놔두고 외국의 언어로 곡을 쓰냐는 평을 썼다가 거센 항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 작곡가협회의 가곡연주회에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막 귀국해 영어로 된 노래를 발표하는 걸 보고 의구심을 제기했다가 건방지단 소리를 들었다. 입 닫고 조용히 있으면서 저절로 기회가 주어져 하라는 것만 잘하면 취직이 되는 사람들이야 일을 만들지 않겠지만 저런 작태를 가만히 보고만 있는 자체가 가곡이란 자체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8월 19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일신홀에서 열리는 창작가곡연구회 창단음악회

단순한 의사소통의 기능을 넘어 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정서와 얼을 표출하는 것이 문학이다. 그중에서도 자연이나 인생에 대한 감흥과 사상 따위를 함축적이고 운율적,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시이다. 그러므로 시는 짧은 몇 마디의 문장 안에 화자의 감정과 정서를 압축하여 표현한 것으로 같은 시를 수십 번, 수백 번 낭독함으로써 시 안에 감추어진 의미와 시상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런 시에 음악을 붙인 것이 가곡인데 그러므로 가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가 쓰인 언어를 통달하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으며 바꾸어 말하면 가곡이라는 장르는 민족 정서와 예술성이 짙게 밴 고유의 성악곡이며 모국어로 된 시를 노래한다는 점에서 희귀한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한글로 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듣고 사랑하지 않으면 한국 가곡은 자연스럽게 소멸된다. 우리말로 된 가사를 세계 어느 민족이 우리만큼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과 뉘앙스를 느끼고 공감할 수 있겠는가! 시를 이해하기 위해 수십 번, 수백 번의 낭독이 필수인 것처럼 그런 시를 바탕으로 해서 음악과의 조화를 꾀한 가곡이 처음부터 재미있고 쉬울 순 없지만 우리가 외면하면 세계 어디서도 애청될 수 없다. 아름다운 우리말로 되어 있는 우리 가곡은 비록 서양음악의 구조와 원리를 따르고 있긴 하지만 외형미를 추구하는 서양 가곡과는 다르게 안으로 녹아들고 여음에서 우러나오는 우리 특유의 정서가 깊게 담겨 있는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사실 피아노 한대 놔두고 노래하는 방식은 예술가곡의 본고장인 독일에서도 이미 사양양식이다. 가곡의 발전은 낭만시대, 시민계급의 성장, 부르주아 도래 등과 때려야 땔 수 없었던 것처럼 생활양식과 기술로 변화로 음악의 감상과 수용이 달라져 이미 작별을 고했다. 예전이야 피아노가 최고의 반주악기였기 때문에 피아노 같은 건반악기의 반주로 노래를 불렀다면 굳이 피아노 한대로만 할 필요 없고 노래방에 가면 실컷 부르고 스트레스도 풀고 즐길 수 있는 마당에 전문 성악가가 되지 않을 바엔 굳이 가곡을 즐겨 듣고 부르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물며 요즘 1-20대들은 가곡이 뭔지도 모르고 가곡의 향유층이 중장년층도 가곡이란 본 개념보단 자신들이 어렸을 때 학창 시절 때 배운 노래를 나이 들어 다시 듣고 부르는 딱 그 정도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40대 젊은 작곡가들이 의기투합하여 우리 가곡을 연구하고 계승하기 위해 가곡연구회를 결성했다는 소식은 반갑기 그지없고 하나의 사명과 같다. 부디 일회성 발표회가 아닌 꾸준함, 어떤 어려운 여건과 환경에서도 음악 그 자체에 목적을 가지고 단 하나의 가곡이라도 레퍼토리화되고 정립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요즘 같은 세상은 가곡 아니어도 좋은 음악 들을 거 천지다. 예전의 가곡이란 정형에 메일 필요도 없이 예술성도 뛰어나고 대중성까지 확보된 우리 국민의 감성에 부합되는 수준 높고 감미로운 노래들 천지다. 장르를 조금만 돌린다면 연원과는 무방하게 한국 사람들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가장 보편적으로 향유하는 게 트로트다. 한국 가곡이라 칭하는 것들은 그럼 트로트와 달리 왜색이 없고 유입 경로와 발전과정이 다른 우리 민족 정통성을 확보한 곡들이랴는 질문엔 반박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날 초연되는 작곡가 신만식의
이날 초연되는 작곡가 신만식의 가곡 '기도'

우리 노래, 민요의 정의(精義)에 대해서도 다시 숙고해야 될게 과거에도 여러 외세의 양식이 들어와 우리 풍토와 혼합이 되었으며 민요도 서민들이 즐겨 부르던 자연발생적인 산물이었다. 전통이 되어버린 지금의 판소리나 가곡 등도 현재의 트로트처럼 당대엔 민중들의 삶의 애환을 달래주고 같이 부르고 즐겼던 노래들 아니었겠는가..... 트로트든 가곡이든 오직 돈을 벌기 위한, 뜨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자극적이고 형편없는 범작들을 타파해야지 트로트든 슈베르트든 팝송이든 부르고 그걸 또 우리네 민중들이 받아들인다면 그게 예술이지 않을까? 가곡이든 트로트든 좋은 곡을 많이 듣고 즐길 데 우리 것이 될 것이다.

8월 19일 오후 7시 30분, 일신홀에서 김효주, 김신웅, 변현주 그리고 신만식 네 사람의 작곡가들이 빚는 한국예술가곡의 발표회에 온 국민이 애정해 마지않은 '히트곡'이 나오길 홀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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