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빈틈의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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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빈틈의 온기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1.08.0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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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코스모스홀에서 있었던 피아니스트 강소연의 뮤직 플러스 두 번째 연주회, <클래식과 재즈>라는 주제로 재즈 피아니스트 우미진과 함께 프로그램을 구성한 강소연이 올가을 뮤직 플러스 3회의 게스트로 윤고은 작가가 예정되어 있단 광고를 음악회 말미에 전했다.

윤고은의 '빈틈의 온기'(흐름출판)

소설가이자 라디오 디제이, 여행작가로 현재 라디오 <윤고은의 EBS북카페>진행을 맡고 있는 윤고은의 에세이집 <빈틈의 온기>(흐름출판), 처음의 생소함은 읽어갈수록 지하철 안에서의 내 모습 또는 다른 이의 평범한 그리고 지하철 내에서 나와 생각하고 느끼는 바가 비슷하구나 하는 동질감과 친근함으로 변했다. 클래식 음악 전공자치고 남녀노소 불구 나만큼 대중교통, 지하철로 이동을 자주 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웬만한 명품백보다 비싼 악기를 들고 지하철을 탈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연주자들이 가까운 거리도 다 자가로 이동함을 이해하지만 홀몸인 작곡가는 어디든 지하철로 이동하며 스트레스 안 받는다. 물론 상명대학교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용인 캠퍼스 같은 차를 안 가지고 가면 심히 난감한 구간들에선 드라이버가 되지만 왕복 4시간의 여주를 근 6년간 왔다 갔다 해서인지 이제는 운전이라면 실물이 난다.

소설가이자 라디오 디제이, 여행작가인 윤고은
소설가이자 라디오 디제이, 여행작가인 윤고은

책을 열고 품었던 궁금증은 읽으면서 하나씩 해소되었다.

첫째, 경기남부에서 북부까지 지하철로 왕복 3시간이면 어디를 지칭하는 걸까? 직장은 EBS니 일산 끝자락 주엽역 인건 쉽게 파악되었지만 경기 남부라면 안양이나 의왕일까? 탄천 가까이에 있는 집이라고 했으니 거긴 아닐 거고 그럼 성남 분당 쪽인데...... 정답은??? 윤고은이 베토벤도 아닐진대 그리 길지 않은 인생에서 벌써 열세 군데의 거처를 거쳐 지금의 보금자리에 안착했다고 한다.

둘째, 이니셜로 표기된 윤고은의 주변인들 중 유독 자주 등장하는 L의 정체다. 그는 과연 누구일까????

셋째, 구례의 딸인 윤고은에게는 총 9개의 모습이 있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일까? 지하철에서와 직장에서의 윤고은은 어떤 모습일까?

넷째, 1995년이 중학교 3학년이라고 하니 돌려서 40년 운운보다 직접적이다. 그때 윤고은이 살던 동네에 지하철이 다니기 시작했다고 하고 8호선이었다고 적었는데 8호선은 아닐 거다. 8호선은 1996년에 개통했기 때문에 9개의 윤고은 중 하나가 분명 연도 또는 호선을 헷갈렸을 테다.

윤고은은 어느 역에서 승차해서 직장이 있는 주엽역에 내릴까? 1번의 환승과 경기도민 그리고 탄천이 힌트다.

총 4개의 챕터 중 3장부터는 갑자기 이야기의 무대가 지하철에서 외국, 윤고은이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체험한 여행기로 바뀐다. 필자는 2장이 제일 좋다. 내 이야기를 하는 거 같아서... 평범한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우리 일상의 모습이 재현되어서. 양재에서 3호선으로 환승해서 거의 3호선 전 구간을 지하철에 앉아있는 그녀를 언젠가 객실에서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책에 등장하는 그 남자가 나일 수도 있을까? 아니야....... 난 윤고은 같이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는 그런 타임 스케줄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 주로 낮에 지하철을 이용하니 시간대가 서로 안 맞을 거야....

필자의 책장에 꽂혀있는 윤고은의 '빈틈의 온기'

책 표지와 일러스트는 고증오류다. 윤고은은 신분당선과 3호선을 타고 다니니 빨강 아님 주황색이어야 되는데 전철과 밑의 색깔은 책 표지로서는 산뜻해서 좋을지 모르지만 초록색은 2호선 라인이니 말이다. 지상구간으로 지나가고 있는 모습은 마치 성수역과 뚝섬을 통과하고 있는 모습 같다. 하긴 이런 고증오류야 빈번하다. 예전에 영화 <돈>에서도 마지막 장면에서 분명 1호선을 탔는데 지하철은 당산역을 통과해 당산 철교를 달리고 있는 장면으로 끝났다.

결론적으로 지하철 내에서 책 보는 사람 찾는 게 하늘에 별 따기인 요즘, 스마트폰 대신 윤고은의 <빈틈의 온기>를 꺼내 읽으면서 잠시 한강을 건너는 그 구간에선 고개를 들어 한강과 서울의 정경 그리고 이제 가을이 옴을 알리는 붉은 노을을 만끽하는 건 어떨까? 여덟 권의 소설을 출판한 소설가 스스로 자신의 책을 읽기 가장 적절한 장소가 지하철이라고 답한다. 이 책은 누구도 완벽할 수 없고 '허당'인 우리들의 빈틈을 따뜻하게 채워주고 감싸주는 위안이다. 여기에 하나 더. 음악이 빠질 수 없다. 책에서도 윤고은은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의 여정에 함께 했던 곡들을 소개하고 알려주는데 어찌 된 게 클래식 피아니스트의 친구라고 하면서 클래식 곡들은 하나도 없고 K도 언급이 안돼서 아쉬웠다. 여기 윤고은의 <빈틈의 온기>와 제격인 음악과 연주자를 덧붙인다. 그 둘을 10월 1일 코스모스홀에서 대면으로 직접 만날 수 있는 점도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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