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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해미읍성에 가다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8.07 10:18
  • 수정 2021.08.0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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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읍성, 낙안읍성과 함께 조선시대 대표적인 읍성 중 하나인 해미읍성(海美邑城)은 서산 9경 중 1경으로 지정된 서산의 대표적인 관광지이자 랜드마크이다.

서산 해미읍성 입구

들어가자마자 말끔히 제초가 된 싱그러운 녹음에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양산으로 막지 않으면 이글거리는 태양에 살이 녹아버릴 거 같은 땡볕인데 읍성 내 넓은 부지를 천연잔디가 깔린 월드컵 경기장 마냥 둔갑시킨 셈이다. 적어도 군대를 다녀와본 사람은 알 것이다. 여름 마다해야 하는 쭈구려 앉아 잡초를 뽑고 예초기들 돌리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를.....

월드컵 경기장을 방불케 하는 깔끔하게 정비된 해미읍성

드넓은 잔디밭과 체험할 거리도 많고 문화관광해설사의 전문적인 설명까지 곁들이고 넓은 공간에 저절로 사람들 간의 거리두기가 유지되어 방역지침도 자연스레 지켜진 거 모두 만족스럽지만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단 하나가 옥에 티였다. 그건 바로 폭염! 입추를 하루 앞두고 방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내리쬐는 햇볕은 조금만 걸어도 온몸에서 땅이 비 오듯 흐르게 만들고 축축 처지게 만들어 아이들이 뛰어놀기 천국인 해미읍성의 장점을 십분 살릴 수 없어 아쉬웠다. 모자, 선글라스, 양산은 필수품이었다.

2018 광주성악콩쿠르 개최 기념품 우산을 양산 대용으로 쓰지 않았더라면 도저히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던 8월 초의 해미읍성

동헌인 청허정(淸虛亭) 옆의 계단을 오르면 마주할 수 있는 대나무숲도, 죄수들을 가두고 심문했던 옥사도 그저 쓱 한 바퀴 돌고 나올 수밖에 없을 정도로 사람을 기진맥진하게 만들었던 무더위.... 해미읍성은 이렇게 보고 지나가기엔 아까운 곳이다.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이 읍성 내 100여 채의 초가집이 보존되어 있고 낙안읍성이 고을을 지키고 보호하는 수성의 역할을 하는 반면, 해미읍성은 행정 기능의 '읍성'이 아닌 조선 전기 충청병마절도사의 '병영성'으로 군사훈련을 하는 장소였다.

충청도를 지키는 군영을 알 수 있게끔 조선시대 최신 무기인 화포가 나열되어 있다.

1417년 태종 17년에 축성을 시작하여 4년 훈인 1421년 세종 3년에 완성된 해미읍성은 조선 시대에 충청도를 지키는 충청 병마절도사영이 있었으니 지금으로 따지면 사단이나 군단 주둔지다. 이순신 장군도 여기서 군관으로 열 달 동안 근무했다고 한다.

조선의 자부심, 양궁의 선조들 신기전

서산은 서울에서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는 바다를 낀 소도시이며 해미읍성은 무더위와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이 잠깐이라도 쉬어 갈 수 있는 힐링 플레이스다. 다만 읍성 밖의 읍내는 마스크도 쓰지 않고 이쑤시개로 이빨을 쑤시면서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아저씨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나이가 깡패인지라, 또 시골 작은 사회 특유의 터줏대감 행사로 말을 들을 어르신들도 아니니 마스크 안 쓴 사람들이 몰려오면 피하는 게 상책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도 출연한 지역이라 차분히 갈치조림에 호떡도 먹고 싶었는데 너무 더워서 그리고 마스크 안 쓴 아저씨들이 무서워서 후다닥 주차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해미읍성을 지키는 군졸들도 코로나 종식을 기원하고 감염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는 와중인데.... 여러모로 한번 가지고는 부족하다. 올가을에 다시 가봐야겠다.

옥사를 지키는 군졸도 착용한 마스크...코로나 극복이란 문구가 왠지 비장하면서 위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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