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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15

윤한로 시인
  • 입력 2021.07.25 16:14
  • 수정 2021.07.2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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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이 닮았다

 

 

 

아들아

나는 네가 공부 못하는 게

똥통 학교 다니는 게

재수 삼수 공부하고 공부해도

대학에 계속 떨어지는 게

너무 좋다 그래야 네가 나중 땀 흘려

몸으로 벌어먹고

피로 벌어먹고 살지

그래야만 어디에서 또 누군가

머리로 벌어먹고 입으로, 눈으로도 벌어먹지

하다못해 마음으로라도 벌어먹고 살 게 아니냐

아들아 그래서 나는 네가 골통이라도

오히려 기쁘다 우리 머릴 닮지 않고

발가락을 닮았으니 전혀

아프지 않다

 

 

 


시작 메모

어떤 아름다운 분께서 내 시를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 연대의 마음이 담겨 있는 좋은 시들이라고, 특히 이 시 발가락이 닮았다는 그 속에 담겨 있는 가치가 참 아름답다고 하셨습니다. 이 칭찬을 듣고서는 너무 기뻤지만 괜한 자만과 허영 속됨에 떨어지는 게 아닌가 그것들 떨쳐 버리려 몇 시간이나 엄청 애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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