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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13

윤한로 시인
  • 입력 2021.07.0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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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셋

 

 

귀때기가 떨어져 나갈 듯 추운 밤

동네 싸구려 호프집 그런 데선

처음으로 만났구나

우리 셋, 나와 마누라와 아들래미

어른이니 내 먼저 한 잔

고생이 많구먼 당신도 한 잔

, 대학도 떨어졌으니 장하다

니놈도 한 잔

오리털 파카 속 자꾸만 삐져나오는

깃털 풀풀 날리며

군대 얘기 학교 때 얘기 왕년에 얘기

식구꺼정 술 마시면 미주알고주알 맛있구나

트집 잡힐 일 없고 도망갈 사람 없고

술값 때문에 머리 안 쓰니 좀 좋으냐

대학이 다가 아녀라 공부가 최고 아녀라

착하게만 살면 되지라

그 구라 어디 가면 누가 또 들어 주냐

연신 풀며 쨍그랑쨍그랑

 

 

 

시작 메모
우리 셋을 쓰고 곧 우리 둘을 쓴다.

 

우리 둘

 

또 흰 눈이 나린다

수암봉 날망

잡덤불 속에 욱대기며 메추라기 뗨뗨

난 수놈 같고

시뿌듬, 멱을 틀고

그대는 암놈 같고

춥진 않을까

우리 둘

꼬락서니 하며!

성당 일 자식새끼 일

다 잊고

옥수수 막걸리 걸친다

우리 둘 망년회 한다

나는 딱 한 잔

마누라쟁이는 두 잔

그러나 바로 하산이다

서로 누구랄 것 없이 팔짱을 끼고

짧은 걸음걸음

등산화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깊은 눈

내려올수록 온통 불콰하다

가파른 겨울 수리산

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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