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셋
귀때기가 떨어져 나갈 듯 추운 밤
동네 싸구려 호프집 그런 데선
처음으로 만났구나
우리 셋, 나와 마누라와 아들래미
어른이니 내 먼저 한 잔
고생이 많구먼 당신도 한 잔
자, 대학도 떨어졌으니 장하다
니놈도 한 잔
오리털 파카 속 자꾸만 삐져나오는
깃털 풀풀 날리며
군대 얘기 학교 때 얘기 왕년에 얘기
식구꺼정 술 마시면 미주알고주알 맛있구나
트집 잡힐 일 없고 도망갈 사람 없고
술값 때문에 머리 안 쓰니 좀 좋으냐
대학이 다가 아녀라 공부가 최고 아녀라
착하게만 살면 되지라
그 구라 어디 가면 누가 또 들어 주냐
연신 풀며 쨍그랑쨍그랑
시작 메모
우리 셋을 쓰고 곧 우리 둘을 쓴다.
우리 둘
또 흰 눈이 나린다
수암봉 날망
잡덤불 속에 욱대기며 메추라기 뗨뗨
난 수놈 같고
시뿌듬, 멱을 틀고
그대는 암놈 같고
춥진 않을까
우리 둘
꼬락서니 하며!
성당 일 자식새끼 일
다 잊고
옥수수 막걸리 걸친다
우리 둘 망년회 한다
나는 딱 한 잔
마누라쟁이는 두 잔
그러나 바로 하산이다
서로 누구랄 것 없이 팔짱을 끼고
짧은 걸음걸음
등산화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깊은 눈
내려올수록 온통 불콰하다
가파른 겨울 수리산
민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