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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49]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그 후 6년....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6.29 11:52
  • 수정 2021.06.2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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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라고 자격이 없단 말이 아니고 나이가 어리니 고위직에 발탁을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은 더더욱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에 이어 이낙연 대표 체제에선 지명직 최고위원을 지낸 1996년생 박성민은 고려대학교 국문학과에 재학 중이다가 바로 청와대로 입성, 업무에 돌입했다. 박성민 청년비서관 해임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에서 청원인은 “평범한 청년으로서 박탈감, 회의감, 무력감, 허무함을 느꼈다"라고 주장하면서 “어떤 시험도, 공정하고 공개적인 실력 검증도 없이 공무원 경험이 전무하고 당에서 2년 남짓 활동한 게 전부인 박 전 최고위원이 공무원 최고급수인 1급 자리에 임명된 것은 불공정하고 불합리하다"라며 “청년들을 위한 처사가 아니고 박성민 단 한 명을 출세시켜 준 것일 뿐”이라고 말하는 등 ‘20대 대학생’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이 지난 21일 깜짝 발탁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공정성’ 시비가 이어지고 있다.

예술의전당 앞에서 시위 중인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

해명과 방어를 하기 위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그녀의 직속상관이자 대학 동문이요 발탁자 또는 추천자로 알려진)의 발언은 불난데 기름을 부은 격이 되고 있다. 이철희 정무수석은 25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불공정이냐 공정이냐 프레임이 들어올 사안이 아니다"라며 “다른 사람 자리를 뺏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별정직 정무직(박성민의 임기는 앞으로 9개월)은 특정한 목적에 따라 한시적으로 특정한 기능을 가진 사람을 쓰는 것인데, 시험이나 경쟁절차를 거쳐 뽑을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하면서 "그녀의 역할이 청년정책에 주도적인 영향력을 끼치지 않으며 화려한 스펙을 가진 남성 엘리트, 그런 조건을 가진 사람이면 뭘 해도 용서되거나 허락되고 용인된다. 그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뭘 해도 시비가 붙는다. 뭔가 편견이 있거나 의도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올해 4월 보궐선거에서 보여준 민심 이반과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30대 당대표 선출에 놀라고 자극받은 여당과 청와대에서 20대 청년비서관 카드를 내밀었다는 의구심을 떨쳐 낼 수 없다. 4·7 보궐선거와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과정을 거치면서 청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청와대가 20대 비서관을 깜짝 발탁하면서 쇄신 분위기를 내고자 한 의도가 읽힌다는 여론이다. 국민의힘 이 대표는 지난 10년간 선거에서 낙선하고 TV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해 어느 정도 국민들에게 인지도와 검증을 쌓은 그리고 온 국민이 선출 과정을 지켜보고 정통성을 확보한데 반해 박 비서관의 경우 별정직 공무원 특성상 ‘낙하산’이다. 엄밀히 말해 박 비서관이 크게 물의를 일으킨 것도 아니며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인사는 이루어졌고 청와대는 번복할 의향이 없어 보인다. 꼭 이런 식의 인사가 이루어지면 따라오는 게 <성과>로 보여주면 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준석 대표가 10년 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의해 비상대책위원으로 깜짝 발탁됐을 당시 이 대표 역시 유승민 의원실 인턴 생활이 정치권 경력의 전부였다.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예술 감독

2015년 당시 44세의 성악가이자 상명대 특임교수라는 한예진이 국립오페라단 예술 감독으로 취임했다. 대전여고를 나와 충남대 예술대학을 중퇴하고 이탈리아로 유학을 가서 밀라노 베르디음악원을 졸업한 사람이었다. 상대적으로 경력도 화려하고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다 제치고 무명의 한예진이 이런 고위직에 임명되자 오페라계는 벌집을 쑤신 듯이 난리가 났다. 10개월간 공석으로 있던 국립오페라단의 신임 예술감독에 소위 말하는 '듣보잡' 한예진을 용납 못한다는 분위기는 대한민국민간오페라연합회·예술비평가협회·한국오페라연출가포럼 등 6개 단체가 모여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한예진의 전문성과 경륜이 부족해 국립오페라단을 맡기에 부적합하다며 사퇴를 요구하고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의 부당한 임명 절차에 따른 진상 규명과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를 개최하는 등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그 모래알 같고 이기적인 음악인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공정성이 훼손되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밀실 낙하산 인사라면서 반발하고 똘똘 뭉친 것이다. 결국 임명 53일 만에 한예진 스스로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차라리 박성민이 정말 가난한 판잣집에서 아무 과외나 도움 없이 스스로 공부해서 사시를 패스하는 스토리를 써 냈더라면 공정성 시비가 아닌 능력이란 화두에 특히 예민한 요즘 시류에 꿈과 용기를 주지 않았을까?

44세면 현재 필자와 동갑이다. 특임교수란 대학에서 대내외적으로 수업과 연구 외에 여러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임시적으로 고용한 직책이며 전공보단 교양 같은 수업 1-2개 맡는 게 전부이다. 44세의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임교수이자 오페라를 6개나 작곡하고 누구보다 클래식 음악계 전반에 관해 잘 알고 있다는 필자도 국립오페라단 감독이라는 자리는 벅차고 능력 밖이다. 더불어 필자는 국립오페라단 자체의 무용론자이다. 일각에선 프로필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일만 잘하면 된다고 하는데.... 하긴 누군가는 SKY대학에선 강의 한번 안 해보고 엘리트 학생들은 만난 적도 없으면서 떠들고 쓰는 내 말은 공신력이 없고 그저 배 아파서 걸고 넘어가는 시비 걸기라고 타박하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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