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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탐방기: 김희수 아트센터 수림미술상 후보작가전 2021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6.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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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부터 25일까지, 동대문구 홍릉로에 위치한 김희수 아트센터

동대문구 홍릉로에 위치한 수림문화재단은 동교(東橋) 김희수(金熙秀) 선생의 인생철학인 문화입국을 바탕으로 2009년에 설립되어 '배움을 통하여 어두운 곳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야 한다'라는 설립자의 뜻을 이어받아 예술 창작 지원 문화예술 인재양성을 위한 일련의 프로젝트들을 시행 중에 있다. 그중 6월 1일부터 6월 25일까지 김희수아트센터 아트갤러리에서 ‘수림미술상 후보작가전 2021’은 역량 있는 미술작가 발굴을 위해 2017년부터 제정된 시상사업이다.

6월1일부터 25일까지 김희수 아트갤러리에서 전시중인 수림미술상 2021 후보작가전

올해 공모에는 총 112명이 지원해 예선과 본선 심사를 거쳐 김도희, 김우진, 송민철 작가 3인이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최종 심사인 이번 후보작가전을 통해 작가의 작품세계를 심층적으로 조망 후 위 셋 중 수림미술상 수상작가 1인이 선정된다.

왼쪽부터 김도희, 김우진, 송민철, 사진제공: 수림문화재단
왼쪽부터 김도희, 김우진, 송민철 작가, 사진제공: 수림문화재단

사라지고 있는 제주어를 해녀와 연결 지어 작업을 하던 중, 참여한 해녀 할머니가 무심코 뱉은 "이제 진짜 해녀는 거의 없어..."라는 자조적인 한탄에서 시작한 작품인 김우진 작가의 <Memories: Freezing Point>는 4차 산업의 열풍, 언택트 시대에서 그 속에 일하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해녀는 한때 성행했던 직업군이다. 강원도 깊은 산속 탄광촌의 광부도 그랬다. 사지만 멀쩡하면 일할 수 있어 아들딸 대학 보내고 시집, 장가도 보낼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필자는 김우진의 작품에서 클래식 음악이 보이고 들렸다. 클래식 음악하면 부의 상징이요 특권이었으며 대표적인 하이엔드 문화로서 몰랐지만 우러러 보고 그 자체를 존중하고 경외하던 때가 있었다. 선망의 대상이자 돈 없으면 음악 못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때는 클래식 음악 전공자가 한 해에만 수천수백 이어서 돈을 바리바리 싸 들고 대학 들어가기 위해 고액 레슨을 받으러 다녀야했다. 입시로 인해 앉아서 떼 돈 번 사람들도 많고 그렇게 해서 교수가 되면 전공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조금만 눈을 돌려 끼리끼리의 갑과을 관계와 동종업계에서 벗어나면 무시와 괄대, 무지에 입각한 무례가 횡횡한다. 이전의 형식(노동이든 예술이든 직업이든)이 현재 대상에 적절하지 않은 요구에 부응하려는 자체가 위기를 뜻한다. 클래식 음악인들한테 클래식을 그만하고 트로트를 부르고 클래식 말고 다른 장르의 곡을 요구하고 그걸 수용하라는 자체가 시대와의 단절이자 고립이라는 방증이다. 그럼 괴롭지만 어찌해야겠는가......

김우진 작가의 <Memories: Freezing Point no.1>

송민철 작가의 <부재의 존재>(Presence of absence)는 딱 봐도 기하학적 도형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다. 연이어 자연스레 가상과 공간이 따라 나올 테다. 송민철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며 그가 왠지 필자와 비슷한 연배의 독일을 갔다 왔을 거라는 느낌은 도록을 여는 순간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비슷한 연배가 아니라 동갑내기이며 함부르크에 유학을 다녀왔다. 음악에서 내 또래 또는 조금 어린 독일로 유학 갔다 온 작곡가들이 입에 달고 사는 단어가 있다. '소리', '공간','융합', 그리고 음악이다 보니 '시간'이다.

송민철 작가의 <Square Moon-origin>

김도희 작가의 <마주 닿은 자리에 피어오르고>는 이름부터 정겹다. 왠지 이 땅에 자리 잡고 사는 원초적인 생명이 환골탈퇴하는 의식 같다. 인간과 자연의 분리가 아닌 일치다.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그저 존재하는 게 아닌 세상과 합을 이뤄 부딪혔을 때 생기는 아니팔락시스다. 한국의 여러 지방 흙과 작가가 농사를 짓는 밭의 흙을 재료로 한 <태초의 산>은 흙의 변화로 생긴 다른 실존을 보여준다. 그래서 산이라기 보다 봉분 같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사물은 태어나고 죽는다는 게 모두 같으니 모두를 풀어내는 형태의 따뜻한 만인의 무덤이다. 손으로 정성스레 흙을 만지고 윤곽을 더듬어 가면서 세계와의 접촉면을 인식하고 느끼면서 쌓아갔을 구도자 같은 과정이다.

김도희 작가의 <태초의 산>

김도희 작가의 작품에 딱 들어맞는 러시아 작곡가 알렉산드르 보로딘의 교향적 스케치 <중앙아시아의 초원에서> 광활한 자연과 내가 만나는 그 접점이 느껴진다. 자~~ 이제 고개를 들어 기사 서두의 참여작가 사진들을 봐보자! 위의 한두살 터울인 작가들 사진만 봐도 누가 누구의 작품일지 놀랍도록 매칭이 되지 않는가! 

수림미술상은 현재까지 총 6명의 수상자(정혜련, 최은정, 이민하, 안상훈, 김이예르, 오묘 초)를 배출했다. 올해는 수림미술상에 선정된 수상작가 1인에게 수림문화재단 소장 작품 1점 매입과 더불어 차기 연도 개인전 개최 지원까지 제공한다. 김희수아트센터 아트갤러리는 주말과 공휴일은 휴관이며 월요일부터 금요일 12시부터 18시까지 개장한다. 입장마감은 17시고 관람료는 무료니 이번 6월에 미리가서 올해 수림미술상으로 선정될 나만의 작가를 한번 속으로 점찍어 보는건 어떨까.....

동대문구 홍릉로에 위치한 김희수 아트센터 (지하철 6호선 고려대역 3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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