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석장리박물관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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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석장리박물관에 가다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1.06.1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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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구석기 발굴 유적지인 공주 석장리유적에 세워진 국내 최초 구석기 전문 박물관인 석장리박물관! 서울 암사동 유적지가 우리나라 선사시대를 대표하는 최대의 집단 취락지라면 공주 석장리는 한반도에서 인류가 처음으로 두발로 딛고 걷고 생각하고 도구를 만들었던, 사람이 살기 시작한 흔적이다.

국내 최초 구석기 시대 전문 공주 석장리박물관의 전경

햇살 따가운 전형적인 초여름 날씨에 구석기인들이 살았던 동굴이나 막집으로 피신하고 싶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움막은 신석기시대에나 나온 건축물이다. 구석기시대 사람들은 나뭇가지나 동물의 가죽을 이용해 땅을 파지 않고 땅 위에 그대로 세워올렸기 때문에 땅을 파고 지은 신석기시대의 움집과 구별된다. 그런 막집인 여기 석장리 유적에서 발견되었다. 전시관으로 들어가니 구석기 문화재 그림 그리기 대회에 출품해 입선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그림들이 반겼다. 이런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케하는 활동 등은 권장할만하다. 막연하게 한번 보고 가는게 아닌 눈으로 한번 쓰윽 보는 거보다 그리기 위해선 인지하고 생각하고 재해석하고 참을성 있게 작업을 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당선 여부를 떠나 그림을 그린 학생들에게 구석기 시대를 알게 하는데 큰 일조를 하였을 터.

구석기 문화재 그림 그리기 대회에 출품해 입선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그림
구석기 문화재 그림 그리기 대회에 출품해 입선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그림

우리나라에 사람이 언제부터 살기 시작하였을까라는 아주 원초적인 질문에서부터 고고학이 시작된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일본 식민사관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는 구석기 문화가 없었다는 게 학계의 지배적인 생각이었다고 하는데 1964년 연세대학교 사학과 손보기 교수가 주축이 된 발굴팀이 첫 삽을 뜬 후 우리 민족의 역사를 천년에서 만년으로까지 확장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 후 교과서에까지 실리게 되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도 구석기시대까지 우리 역사가 확대되었다.

파른 손보기 선생

그런데 파른 손보기 선생? 파른이란 호가 낯설고 궁금해졌다. 늘 푸르게 청춘같이 살겠다는 일념이다.

파른이란 호의 비밀

발굴일지 밑의 Composistion이란 단어가 의미심장하다. 같은 작곡인데 다르다. 어떤 이는 왠종일 흙먼지 맡으면서 땅 파고 작은 돌멩이 하나라도 황금이나 가보 다루듯이 벌벌떨며 밤 늦게까지 현미경 보고 가위로 자르고 있고, 어떤 이는 콩나물 대가리나 그리고 앉아 있으면서 남들 듣지 않는 클래식 음악에 빠져 감동의 눈물을 흘리면서 어떻게라도 한국에 클래식 음악을 알게 하려고 동분서주하니 다 사는 인생과 신념이 다르지만 뭔가 목적 있는 삶을 산다는 건 축복이다.

2개의 Composition, 다른 의미 그러나 같은 열정과 목적

전시관 옆의 내년 2월 말까지 <선사인의 취향>이란 제목으로 기획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선사인의 취향? 제목을 보고 비웃었다. 거친 눈보라와 자연환경에 싸우며 생존에 급급했을 구석기시대의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원초적인 거 말고 무슨 취향이 있었겠는가! 그저 하루하루 먹고살기 위해 뛰어다닌 미개한 종족들이었겠지 하는 고정관념이다. 들어가자마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드뷔시의 <달빛>이 흘러나와 무시는 더욱 심해졌다. 원시인 주제에..... 그런데 생존을 위한 삶 속에서도 그들에게도 자신들만의 확고한 취향과 방식이 존재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똑같다. 외부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시대와 기술에 맞는 생활양식으로 끊임없이 적응하고 이겨 내면서 문명을 꽃피우고 멸종되지 않고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몇 천년 후의 우리 후손들이 2021년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신음하고 전염병의 공포에 전전긍긍하는 지금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무슨 취향이고 예술이네 하면서 백안시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앗! 깜짝이야! 내가 앉아있는지 알았다....아이구~~조상님......

반성하는 마음으로 나오다가 과거의 나를 만나 깜짝 놀랐다. 벤치에 앉아 금강을 보면서 유유자적하고 있는 저분의 모습에 내가 비쳤다. 현재의 나의 모습이며 우리 조상님이시다. 고작 입고 있는 옷, 살고 있는 집이 다르다고 무시했다니... 저 때의 우리 선조들과 지금의 우리가 뭐가 그렇게 다르고 우리가 잘났다고 뻐기다니.......

구석기 시대의 막집과 2021년 코로나 시대의 시소의 조화

그래도 과거와 현재와 화해하고 죄스러운 마음은 체험과 옆에 나란히 놓인 막집과 시소의 조화 덕에 가시게 되었다. 구석기인과 현대인의 만남이요 시소에 탄 구석기 시대의 어린이들이 지금의 어린이들이다. 그러다 보니 예술이 별거인가 하는 성찰까지 이어진다. 사는 게 예술이고 살아남은 게 예술이다. 그래서 후기 구석기인의 예술품 위에 걸려 있는 "예술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문장의 여운이 깊기만 하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살고 버티는게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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