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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44] 히사이시 조가 음악을 감수한 넷마블 '제2의 나라'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6.0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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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의 게임 '제2의 나라' 6월 10일 그랜드오픈에 앞선 게임음악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넷마블이 6월 10일 그랜드 오픈하는 게임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의 음원을 감수한 히사이시 조가 광고 모델로까지 섰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을 작곡했던 세계적인 음악감독 히사이시 조가 도쿄 필하모니 교향악단을 지휘하며 뒤 배경에는 지브리의 감성이 물씬 배어 있는 제2의 나라 게임 화면이 뜨면서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마치 한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몰입감과 설렘을 느낄 수 있다.

히사이시 조가 지휘하는 넷마블의 최신 게임 '제2의 나라' 광고화면 갈무리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게임 OST 콘서트가 활발하다. 리그오브레전드, 메이플스토리, 리니지, 소녀전선 등 국내에서 사랑받는 게임들이 콘서트의 주인공으로 모두 대규모 공연장에서 국내 유명 관현악단이 연주했다. 이런 게임음악콘서트는 게임을 했던 사람들이 게임에 삽입된 음악을 알고 게임의 팬이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이 명확하고 주제가 확연하다.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내용을 알고 모이기 때문에 동질감과 몰입도가 강할 수밖에 없다.

게임음악은 비디오게임의 효과음 혹은 단순한 배경음악 정도로 인식됐다. 과거에는 단순한 전자 효과음이나 단일 악기의 멜로디 정도로 구성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일본에서 1987년 <드래곤 퀘스트 콘서트>가 처음 열린 이후 1990년대 <파이널 판타지 콘서트>의 인기와 함께 일반화되었다. 일본의 인기 게임 시리즈인 ‘드래곤 퀘스트’가 출시되고 이후 NHK오케스트라가 교향악으로 편곡한 OST를 선보이면서 태세가 전환되었다. 게임을 즐기다가 나온 음악이 게임 밖으로 나와 영화음악과 같은 위치를 차지하며 독립된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이 OST 음반은 시리즈로 발매되며 전 세계 유저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클래식 음악의 본 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을 비롯해 유럽 각국의 대표적인 관현악단이 참여하며 게임 OST가 본격적으로 클래식 시장에 진입했다. 독일에서는 2003년 게임 OST 콘서트(Symphonic Game Music Concert)가 개최된 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8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게임 속의 오케스트라-메이플스토리’ 공연 실황 캡처 / NECORD MUSIC 유튜브 채널
2018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게임 속의 오케스트라-메이플스토리’ 공연 실황 캡처 / NECORD MUSIC 유튜브 채널

2011년에 들어서는 스웨덴의 클래식 전문 레이블 ‘X5 Music Group’이 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게임음악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게임OST 음반을 발매했다. 이 음반에는 파이널 판타지, 슈퍼마리오, 젤다의 전설, 어쌔신 크리드, 테트리스 등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게임OST를 수록하고 있다. 2016년에는 클래식 전문 레이블로 유명한 데카(Decca)가 영화, 게임OST 등 소위 ‘요즘 클래식’ 음악의 영역인 ‘네오-클래시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목표로 세계 최대 클래식 레이블사인 유니버셜뮤직그룹의 클래식 부문과 합병하였다. 클래식 음악을 주로 내보내는 스웨덴의 국영 라디오 방송 채널인 ‘Swedish Radio P2Network’에서는 2016년 이후 스웨덴 라디오 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젤다의 전설 OST와 파이널 판타지 OST 실황을 몇 차례 중계한 적이 있다. 지난해 9월 영국 클래식 전문 방송인 ‘British Classic FM’ 라디오에서도 클래식 트리오 버전의 젤다의 전설 OST와 파이널 판타지 OST 연주 실황을 중계했다.

‘X5 Music Group’이 발매한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게임OST
‘X5 Music Group’이 발매한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게임OST

지난 4월 코로나 시국에 객석 간 거리 두기가 적용돼 전체 좌석의 66%인 총 4000석 티켓의 완판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음악 콘서트가 매진을 기록했다. 공연 이름은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 디 오케스트라’. 공연을 앞두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앞에는 바드, 아무무, 티모, 트위치, 블리츠크랭크 등 리그 오브 레전드의 사랑받고 있는 챔피언 5종의 대형 풍선이 세워졌고 지휘봉을 든 티모 외에 나머지 네 캐릭터는 바이올린, 퍼커션 등 악기를 하나식 들고 챔피언 악단을 연출했다. 전 세계적으로 매월 1억 명, 매일 2700만 명이 즐기는 미국 업체 라이엇게임스가 운영하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는 게임 캐릭터를 활용해 가상 뮤지션을 만들어 음반을 발표하고 미술 전시를 하며, 한국 무형문화재 장인들과 게임 속 한복을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다.

리그 오브 더 레전드: 디 오케스트라 공연의 한 장면,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 공연의 한 장면,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한국도 2002년부터 게임 음악 콘서트가 게임 유저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열렸지만 게임업계 중심으로 기획되다 보니 정작 공연계에선 서브컬처 정도로만 인식되다가 2017년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게임 속의 오케스트라'로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을 꾸준히 선보이다가 올해 이번 공연으로 현대 사회에서 게임의 높은 위상과 성장 가능성을 다시 증명하였다.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디지털 사회의 핵심 산업으로 주목받았지만 코로나19이후에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초월적 세계의 대표주자인 메타버스로 도약하고 있다. 

21세기의 클래식 음악이라면 게임 및 영화 OST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 근거로 게임이나 영화의 경우 상당수의 OST 참여 아티스트가 클래식 음악 연주자 및 작곡가이다. 여전히 클래식 음악은 하이엔드 문화며 어렵고 지루하다는는 게 사회 보편적 인식이며 이런 심리적 장벽은 근본적인 음악에 대한 접근을 방해하고 가로막는다. ‘무엇이 클래식 음악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질문의 대상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음악사학자, 예술가, 혹은 콘텐츠 제작자, 음악애호가, 그리고 클래식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각기 다른 관점에서 다양한 답변이 나오겠지만 분명한 건 자신이 현재 즐기며 이 시대의 플랫폼에 적용되는 음악만이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아 영원불멸을 얻을 것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이제 베토벤의 교향곡과 슈퍼 마리오가 유명 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의 한 무대에서 같이 연주될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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