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지붕
비가 오려나 보다.
먹구름을 보니
참 많이도 사랑했겠지
서로 의심도 없이
살아가면서 서로를 닮아갔고
살아가면서 멀어져 갔겠지
공기는 시끄러워지고
입은 점점 닫혀졌겠다.
시간은 그렇게 흘렀고
비가 내린다. 양철지붕에
비가 오려나 보다.
천둥이 요란한 걸 보니
낮 동안 세상은 소란하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살아가는 소리겠다.
밤에도 움직이는 즘생들이 있다만
낮에 비하랴?
시끄러움이 지나며
긴 망각의 시간이 흐른다.
양철지붕이 시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