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쾰른 대성당

김정은 전문 기자
  • 입력 2021.05.3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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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과 아이들

 

쾰른 대성당에 내렸다. 기차역이 바로 앞이라 엄밀히 말해 제대로 그곳에 내린 게 맞다. 저녁 7시 검은 구름, 검은 비, 검은 대성당......​

역을 나서자마자 엄청난 높이와 무게로 나를 짓누르는 거대한 모습에 감격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래된 느낌을 간직하도록 건물의 검정 때를 닦지 않는다.

​기차역에서 서성이는 일본 여자애를 보았다. 밤도 늦어가고 숙소도 정하지 못한 나는 혼자보다 둘이 다니면 더 나을 거 같아서 그 애에게 머물 곳이 있냐고 물었다. 자기도 찾는 중이라 해서 우린 동행했다.

​잘 곳을 정하자 그녀는 엔틱점에서 산 거라고 오래된 낡은 벨벳 외투를 보여준다. 그런 걸 왜 샀느냐 했더니 단 하나밖에 없지 않냐고. 일본 사람들은 독특한 걸 좋아하나 보다. 경비를 아끼려 빵과 햄만 먹는다고 가족들이 자기 건강을 걱정한다 해서 카레를 사줬다.​

미술관에 고흐의 해바라기가 있다고 가자 한다. 나는 다음 날 지인과 약속이 있었다. 누구 만난다고 했더니 데려가 달라 해서 거절하느라 미안했다. 작품을 보고 왔길래 어떠냐고 물었더니 달력 그림보단 노란 색의 색감이 다르다고 했다. 아마 여기 있는 건 모사본이겠지.

​쾰른에는 라인 강이 흐른다. 독일 친구와 배를 타고 식사했다. 친구는 우리가 지금 먹는 생선이 여기서 잡아 올린 거다, 니가 주변 식당에서 먹는 모든 물고기가 다 그렇다 한다.

​강을 바라보았다. 맑지 않은 검은 물. 다신 이 도시에서는 생선을 먹지 말아야겠다.

​혼자 거리를 산책했다. 대성당 하늘 위로 뭉게구름이 대단하다. 강변의 습기가 저처럼 장관을 보이는 거다.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아서 일회용 카메라로 몇 백 장의 구름 사진을 찍었다.​

가족들과 뛰노는 아이들이 보인다. 그 옆에 기운 빠진 낡은 행색으로 계단에 앉아있는 두 소년. 6-7살 정도의 형제인 듯하다.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점심을 혼자 먹게 되서 밥을 사주고 싶었지만 그만 두었다. 밥을 산다고 하면 애들이 받을 자존심의 상처도 생각해야 했고, 무엇보다도 아무에게로부터 함부로 얻어도 괜찮더라 경험치가 생기면 요새 사회에서 위험하다.

​사소한 호의가 어린애들에겐 방심이 될 수 있다. 귀엽고 이쁜 꼬마들과 먹고 싶었던 마음을 접었다. 아쉬웠다. 도움이 되고 싶은데 아무 것도 하면 안 되는 거다.

하늘을 찌를 듯한 대성당과 허기에 배를 찌를 듯한 가난한 아이들.

일요일마다 어마어마한 군중들이 미사에 참석한다. 어쩌면 그들은 세속에서 저지른 죄에 대한 면죄부를 받으려 하는지 모른다.

나는 쾰른 대성당의 화려함보다 뒤에 두고 온 아이들의 슬픈 눈동자가 내내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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