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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39] 콘서트 프리뷰: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디아뜨소사이어티의 메노티 '전화'와 '영매'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5.29 10:11
  • 수정 2021.05.2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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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 토요일 오후 2시와 7시, 30일 일요일 오후 3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하면 작년에 흘린 예술가들의 뜨거운 눈물이 제일 먼저 연상된다. 한편의 오페라를 올리기 위해 주야장천 한 마음 한뜻으로 함께 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외부의 재앙으로 인해 공들여 왔던 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을 때의 허망함과 허탈함...... 삼국지의 제갈공명이 완벽한 전략을 짜고도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 후 탄식한 일은 사람이 꾸미지만 성사는 하늘이 시켜준다는 '모사재인 성사재천'만큼 폐부에 깊숙이 박히는 안타까움....... 그나마 필자는 행운이었다. 작년에 대한민국오페라대상을 받을 만큼 완성도가 높았던 김선국제오페라단의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혼자가 아니라 그때는 5인 이상이어도 같이 다녀도 무방했다. 5인 이상은 서울에서는 11월 말부터 서울시에서 갑자기 긴급하게 시행하고 전국으로 확산된 정책이다) 관람하였으니.. 그다음 작을 준비하려 최종 리허설을 하기 위해 무대에서와 똑같은 드레스를 갖춰 입고 연습장으로 왔던 모든 출연진에게 공연을 하루 앞두고 떨어진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던 공연장 폐쇄... 어디 그게 예술가들 잘못인가!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자신의 피해를 감내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동참한 대부분의 선량한 우리 국민의 과오인가! 국가가 무슨 자격으로 남의 사업장을 강제로 닫게 하고 개인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비록 그 덕에 이만큼 K 방역의 성과를 이루고 안전하긴 했으니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제12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디아뜨소사이어티의 메노티 오페라 '전화'와 '영매' 포스터

객석의 일부분만 수용하긴 하지만 올해는 음악회가 하나도 강제 취소되거나 연기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어디 가나 사람들로 미어터진다. 보복심리라고 했던가? 코로나19로 인해 1년 6개월 가까지 억누르던 인간의 기본권과 욕구를 문화예술을 통해 풀고 향유하고자 하는 열망이다. 백신을 맞으면 부작용으로 금방이라도 죽을 거 같이 또 호들갑을 떨고 공포와 분열을 조장하는 일부 언론과 조회수에 눈이 먼 거짓 뉴스를 양산하는 못된 유튜버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들을 서로 백신을 맞겠다고 예약이 금방 차고 있고 국산 치료제도 시중에 나온다면 이 저주받아 마땅한 전염병도 종식되어 우리는 마스크 벗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테다.

디아뜨소사이어티의 메노티 오페라 '전화'와 '영매', 사진 갈무리: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홈페이지

그런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올해로 열두 번째를 맞아 5월 7일 금요일부터 6월 6일 일요일까지 예술의전당과 국립극장에서 개최된다. 이중 29일 토요일 오후 2시와 7시, 30일 일요일 오후 3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디아뜨소사이어티에 의해 잔 카를로 메노티(Gian Carlo Menotti 1911-2007)의 소극장 오페라 <The Telephone>과 <The Medium>이 2부로 나뉘어 무대에 올려진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가 라디오와 텔레비전 등 20세기 초중반 개발된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에 맞춘 방송용 가극의 시대를 연 메노티는 20세기 후반 단연 가장 인기 있는 오페라 작곡가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그의 작품이 1시간 분양으로 짧고(그래서 이번에도 그의 대표작 2개를 전후반 나눠서 볼 수 있다) 오케스트라 편성도 비교적 간단하고 현대 오페라 치고는 난해하지 않아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디아뜨소사이어티의 메노티 오페라 '전화'와 '영매', 사진갈무리: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홈페이지

요즘이야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쓰는 세상이라 핸드폰 없는 세상은 상상이 가지 않지만 20년쯤에는 삐삐가, 그전에 집 전화기를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고 그 전화기도 막 대중화되기 시작한 시점도 있었다. 전화기로 인해 서로 사랑을 나눈다는 단막 희가극 <전화 (The Telephone)>과 사기극의 말로를 그린 <영매 (The Medium> 모두 제목만 봐도 이 작품들이 만들어진 당시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리얼리티 오페라다. 이번 공연의 사실적 묘사를 살리기 위해 디아뜨르소사이어티는 전자 바이올린을 활용하여 여러 악기를 표현한 이번 무대는 "제3의 미디어", 곧 악기와 테크놀로지의 연결을 시도한다. 소재뿐 아니라 연주되는 악기들도 현대와의 공존이다. 메노티의 여러 오페라는 텔레비전 또는 라디오 방송용(NBC)이기 때문에 시청자와 청취자들의 관심을 끌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어야 시청률을 높일 수 있었다. 당시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소용 시간인 한두 시간 안에 담아내야 했다. 지금 유튜브, 틱톡의 시대는 한두 시간은커녕 아니 일이십분은커녕, 단 3초, 15초 만에 흥미를 유발해야 한다. 넘치고 넘치는 콘텐츠 사이에 현대인은 더 이상 느긋하지도 속도감에 빠져 잠시도 기다려주지 않고 자극적이고 말초적이면서 재미있는 걸 찾아헤매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이 늘면서 더욱더 늘어난 스마트폰 중독.... 그 현상을 심도 있게 다루면서 변화된 양식에 따라 맞춰가려는 고전의 산물 오페라... 연극적 소재, 악기, 시대적 상황 모두 과거와 현대의 공존이다.

디아뜨소사이어티의 메노티 '전화'와 '영매' 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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