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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숙 한자교실] 장유유서 (長幼有序)

고정숙 전문 기자
  • 입력 2021.05.2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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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숙 한자교실] 장유유서 (長幼有序)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를 겨냥해서 발언한 장유유서(長幼有序)라는 사자성어가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회자(膾炙) 되고 있다.

오늘 한자교실에서는 長幼有序를 한자 파자(破字)로 알아보겠다.

                                                                                                   

         

자는 머리털이 긴 노인이 서 있는 형상을 본떠 만든 글자로 나중에 노인나이가 위인 사람관리의 (), 또는 성장하다, 길게 자라다, 길다, 등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자는 누에고치에서 뽑은 실타래를 그린 것이다. 실 사()가 실타래를 3번 꼬아 만든 실이라면, 자는 이보다는 적게 꼬인 것이라 하여 작다’, ‘어리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갑골문에 나온 자를 보면 밭을 가는 농기구가 그려져 있다. 밭갈이용 농기구를 그렸던 자는 이나 힘쓰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자에 쓰인 자는 고기 육() 자가 변형된 것이다. 금문의 자를 보면 손으로 고기를 쥐고 있는 형상으로 그려져 있다. 이것은 내가 고기를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로, ‘있다’, ‘존재하다’, ‘가지고 있다’, ‘소유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广 자는 집과 담벼락을 함께 그린 것으로 을 뜻하는 집 면() 자가 확대된 개념이다. 집 주위를 담벼락으로 두를 정도의 규모가 상당히 큰 집을 뜻한다.

자는 집 엄(广)과 나여()의 결합이다. ‘자는 일인칭 대명사로도 쓰인다. 그러므로 자는 집안에서 나의 [] 서열을 뜻한다. 한 집안의 위계질서를 나타내는 글자가 이다.

                                                                                                  

요즘 학교 교육 현장은 인문학을 배제한 일류 대학 진학과, 출세를 위한 교육만으로 성적 점수만을 앞세워나가고 있다.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로 이끌어 간 것이 교육부의 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른을 공경하고, 가족, 친구들과의 화합을 위해 서로 어울려 뛰어 놀 수 있는 시간조차 사치로 여길 만큼 우리의 청소년들은 오로지 시험 점수에만 매달려 싸움을 하다가 사회로 내몰리고 있다.

교육열은 세계 최고라고 할 만큼 최종 학벌은 상위권에 있지만, 실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한자로 본인 이름도 못쓰는 것이 요즘 학생들이다. 한문 공부는 인문학이다. 고전(古典)에서는 먼저 예절을 익히고 학문을 익히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학문만을 익히게 하고 예절 교육은 교양 과목으로 각 학교 교장의 재량 하에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성적만을 중시하고 일류 대학 진학만을 중시하는 교육을 받고 사회에 진출한 젊은이들이 長幼有序의 예절을 알까?

이는 교육부만의 잘못이 아니다. 정치계에서도 책임져야 할 심각한 문제다. 돈이 우선이고, 돈 때문에 부모를 죽이고, 길 가다가 눈이 마주쳤다고 부모 벌 되는 어르신을 마구 폭행했다는 것은 이제 놀라운 뉴스거리도 아니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 우리나라가 과연 아직도 그 말이 통용된다고 정치인을 비롯한 교육계가 생각하고 있는가? 교육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인지(認知) 하고 있으면서 왜 과감하게 방향을 돌리지 못하는가? 지금이 일류 대학 졸업하고 박사 학위 있다고 모두 취업하고 출세하는 시스템인가?

학교에서 예절 교육을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요즘 젊은이들에게 長幼有序를 내세워 공정의 규칙을 적용하겠으니 한발 물러서라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국회의장을 비롯하여 나라의 주요 요직에서 오래 활동한 만큼 교육의 이런 적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번 그의 발언은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言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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