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아들 하나 딸래미 둘
파란 액정 속 활짝 웃는다
방구 냄새 나는 귤
시금털털한 귤
검정 비닐봉다리 속에
끽, 삼천 냥어치 사 들고
갈짓자 걸음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찬 바람 찝찔한 눈물
삐리삐리한 아부지
이마트 사거리 온갖 빵빵거림 뚫곤
푸헤헤헤헤
비키지 않을란다, 탱크처럼
시작 메모
삐리삐리한 아버지들을 좋아합니다. 가난을 좋아합니다. 작고 못난 식구들을 좋아합니다. 특별하게 내세울 것 없는 모두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귤을 좋아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젊던 아버지 시절, 직장에서 종일 시달리다가 퇴근하고, 염소 같은 우리 시시껄렁한 동료들과 술 한잔 꺾은 다음, 얼큰히 귤 한 봉다리 사들고 들어갈 땐 무척 서글프기도 하고, 그러나 한 편으로는 애법 행복하기도 했습니다. 울퉁불퉁한 것들, 연약한 것들, 볼품없는 것들, 방구 냄새나는 몇 푼 안 되는 것들, 어디 가서 쪽도 못 쓰는 것들, 애오라지 허접스레한 것들, 뭐 굶어 죽거나 큰 아픔 큰 불행 따위 있는 건 아닙니다만. 오오냐, 얘들아, 이제 곧 간다, 끽해야 똥골목 한가운데 갈짓자 휘젓고저 누비고저. 도대체 오늘 하루 이보다 누가 더 깨졌냐, 지쳤냐, 진실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