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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34] 리뷰: 김성재 귀국 피아노 독주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5.1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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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3일 목요일 오후 7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지난 5월 3일 광주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아트홀에 이은 열흘 만에 서울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김성재의 귀국 독주회는 바로크에 낭만까지 다양한 건반 음악의 총체를 체험할 수 있는 정통 피아노 콘서트였다. 옥 구슬 굴러간다는 피아노 음악의 상투적인 표현이 딱 들어맞은 정도의 유연한 시작이 돋보인 스카틀라티는 조그마한 미동도 허용치 않을 정도로 몰입감이 넘쳤다.

5월 13일 목요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김성재의 귀국 독주회

김성재 독주회에서 가장 해석상의 의견을 분분하게 하는 건 베토벤 8번 <비창>소나타다. 지난 4월, 비슷한 연배(?)의 다른 남성 피아니스트인 전세윤에서도 느낀 건데 꼭 베토벤을 요리조리 다르게 해석하려고 시도한다. 일단 체구에 비해 음향이 지극히 절제적이었고 밖으로 소리가 뻗쳐 나가기보단 안으로 둥글게 말아 영글었다. 프레이즈 안에서의 선율 처리와 강세가 불규칙적이고 자위적이었다. 특히 1악장 제시부의 마지막 코데타 같은 부분은 포르테 안에서 오른손의 화음 볼륨이 음역에 따라 다르고 스포르찬도의 유무가 들쭉날쭉해 들어오자마자 악보를 펼치고 다시 확인해 볼 정도였다. 슬러와 스타카토의 분절도 기존의 베토벤과는 달랐다. 예를 들어 3악장 론도의 중간 C 부분 도입부는 분명 슬러로 악보에 표기되어 있는데 스타카토로 끊어서 연주하였다. 자의적이진 않았겠지만 군데군데 시퀀스는 다급해지고 밸런스가 상이했다. 소나타 3악장 전체를 통틀어 일관성을 띠지 못하였는데 수천 번 연주된 규범 안에서의 여러 시도로 해석된다. 그건 그만큼 베토벤이라는 거대한 산은 오르고 올라도 정복할 수 없고 끊임없는 도전이라는 걸 상기시킨다.

피아니스트 김성재

쇼팽의 <안단테 스피나토와 화려하고 거대한 폴로네이즈>에서의 안단테 스피나토와 멘델스존의 <무언가> 중 op.53의 1번과 op.85의 4번에서는 김성재의 손이 포물선을 그리며 건반으로 떨어지는 그 짧은 순간을 가득 채우고 다음 프레이즈를 고대할 정도로 베토벤과는 전혀 다른 일관성(Consistency)을 선사했다. 확실히 김성재는 스펙터클하고 질풍노도같이 휘몰아치는 화끈한 타입의 피아니스트라기보단 서정적인 노래하는 피아니스트임을 보여주었다.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의 1번 연습곡의 탄력 있는 속도감은 주제와 강한 대조를 이룬 신선한 출발이었으며 7번에서 생동감이 가속화되면서 정확하면서도 흐트러짐 없는 왼손 움직임을 보여줬다. 11번에서는 쇼팽과 멘델스존에서 과시한 낭만이 깊게 드리워지면서 한량 없이 영롱했다. 무겁고 어려운 슈만의 과용이자 과잉인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을 일일이 반복까지 다하면서 가볍게 취급하는 김성재의 차분함과 절제력이 뛰어났다. 태산 같은 흔들림 없는 태연자약이 베토벤에선 김성재만의 개성과 자유분방함으로 채색되었던 거 같다. 그건 슈만까지 듣고 나니 알 거 같았고 그 절정은 앙코르로 선택한 쇼팽의 <야상곡>2번에서 결론이 났다. 베토벤에서 녹아진 김성재만의 자아가 낭만음악에서의 다양성에 입각한 깊은 해석으로까지 이어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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