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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다시 병신춤

윤한로 시인
  • 입력 2021.04.06 08:21
  • 수정 2021.04.0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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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병신춤

그딴 춤이야 지금으로부터 한참 전에
장소팔이 성님처럼 추면 되지
옥진이 누님처럼 추면 되지
장에 소 팔라 가듯이
아니면 봄날 비탈에 뚝방에
이른 쑥 캐드키 밭두럭 타고 오줌 누드키
후여후여 다릿간이란 다릿간마다
다 찾아가 추리다
역전이란 역전마다 다 찾아가 추리다
아니야아,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고
그래애이, 나는 자 위에 기는 자 있다더라
병신스러이 병신스러이 추리요
접시 물에 코나 박고 칵 빠져 죽어 버릴라
아프게 아프게 추리요
공갈로 아주 공갈로
이쁘게 이쁘게 추리니
헤프게 헤프게 추리니
우리가 말이요
양재기 들고 추리다
바가지 들고 추리다
부지깽이 들고 추리다
 

 

 


시작 메모
5년 전쯤 병신춤을 썼다. 거기에 양재기 들고 추리다/바가지 들고 추리다/부지깽이 들고 추리다끄트머리 세 줄을 다시 달았다. 밍그적밍그적 미동산 임도길을 도는데 느닷없이 떠오른 구절들이다. 그날은 이 세 줄 땜에 진종일 내 마음 얼마나 기쁘던지. 좀 쓸 때, 꾸미는 짓 질색하지만 저 석 줄 과한 꾸밈이라고 욕 바가지로 얻어먹어도 침뱉음 당해도 괘안하다. 쟁그랍다. 병신춤은 앞에 것들 싹 버리고 저 석 줄로만 짧게 가도 충분히 버팅길 수 있다. 양재기 들고 추리다/바가지 들고 추리다/부지깽이 들고 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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