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5시, 효암학원 채현국 이사장이 노환으로 별세했다.
1935년 일제강점기 시절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1961년 <중앙방송> 피디(PD)로 입사 후 3개월만에 그만뒀다. 군사정권이 방송을 선전도구로 이용한 것에 불만을 품었기 때문이다. 이후 아버지 채기엽이 운영하는 강원도 삼척군 도계의 흥국탄광을 운영하며 굴지의 광산업자가 된다.
그러나 1972년 10월 유신 이후 한때 소득세 납부 실적 전국 2위에 오를 정도의 재산이 있었지만, 박정희 정권의 앞잡이가 될 상황을 우려해 모든 사업을 접고 재산을 처분해 동업하던 친구들과 광부들에게 나눠 줬다.
고인은 도피 생활을 하는 민주화 인사들을 숨겨주거나 자금을 제공, 독재에 저항하는 이들을 든든하게 지원했다. 언론인 임재경은 고인이 <창작과 비평>의 운영비가 떨어질 때마다 후원해주었으며 셋방살이 하는 해직기자들에게 집을 사준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1988년 재단법인 효암학원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 무급으로 일해왔다. 고인의 삶은 2014년 <한겨레> 인터뷰를 통해 돈과 명예,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온 발자취가 세상에 알려졌다.
향년 86. 빈소는 서울대병원이며 발인은 오는 5일 아침 9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