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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비시 詩帖] 잊는 것에 대하여

김문영 글지
  • 입력 2021.04.01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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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는 것에 대하여>

 

다른 지역에서는 꽃소식 만발하건만

산촌은 아직도 춥다

숨가쁘게 달리던 평화 번영 통일 노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황당하게 멈춘 것처럼

산촌의 봄은 새벽녁 영하의 날씨다

움트던 나무들 몸 웅크린다

그래도 봄은 오긴 온다

오던 발걸음 잠시 무디어졌을 뿐 

곱고 따스한 바람에 얹혀 따듯해지는 햇살 업고 오긴 온다

새순을 틔워 봄나물을 만들어낸다

언저리에는 더 곱고 따뜻한 바람 분다

봄바람 따듯해도 잔인한 달 4월이다

4월3일이면 제주 동백꽃 빨갛게 울고

4월16일이면 세월호가 운다

4월19일엔 이승만 독재 무너뜨린 넋들이 운다

4월27일엔 분단을 이으려는 판문점 선언을 잊을 수 없다

세월은 하염없이 흘러가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땅 뼈아픈 4월의 역사다

나는 제주 4.3사건을, 4.16 세월호를, 4.19 의거를, 4.27 판문점선언을 잊을 수 없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제주 4.3 사건을 잊는다면 민족을 배반하는 것이다

4.16 세월호를 잊는다면 국가를 잊는 것이다

4.19 의거를 잊는다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4.27 판문점선언을 잊는다면 겨레의 소원을 잊는 것이다

4월을 잊는다면 우리는 살아 있어도 산 것이 아니다

국가 시스템이 무너져내린 세월호 안에서 우리는 숨쉬고 있다

아직도 세월호냐는 비아냥거리는 친구가 방문을 연다

문닫으라

너는 더 이상 나의 친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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