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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거시기 1

윤한로 시인
  • 입력 2021.03.28 09:18
  • 수정 2021.03.2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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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 1


이제

눈물도
찔끔

거시기도
찔끔

 

 


시작 메모
여기서는 산도 거시기, 마을도 거시기, 사람도 거시기, 꽃도 나무도 풀도 거시기, 모르면 몰라서 거시기 알면 알아서 거시기, 멀면 멀어서 거시기 가까우면 또 가까워서 거시기, 두루두루 온통 거시기다. 또 먼저는 먼이, 이때는 입때, 나중에는 양중에, 벌써는 하매, 다슬기는 올갱이, 아침밥은 아직, 힘들다는 대근하다, 이 사람은 이니, 저 사람은 저니, 그 사람은 그니라고 하니 오죽 좋다. 그리고 잘 들어보니까 아직도상구라고 한다. 접때 가까운 수도원에 양파 뽑으러 간 일 있는데, 거기 절룩 개 한 마리 있어 이름이 상구. 왜 상구냐니, ‘아따, 저지난해 왔을 때도 있고, 지난해 왔을 때도 있고, 올개도 있고 여즉 있으니 상구지 뭘이란다. 그래서 나 또한, 이우지에 가니 쥔장네들 강아지 한 마리 여태도 이름 하날 못 짓는다 하길래, 그 뭘 대충, 이렇게 붙여 주고 말았다. ‘언놈이라 하시든지(옛시조에 보면 작자 미상이니 무명씨니가 따지고 보면 다 이 언놈이 아니던가. 어느 놈인지 모른다는 이름 가진, 이름없는 숱한 우리 언놈이 언년이들. 밑바닥에 묻혀 삶과 역사를 끈질기게 일궈 온 민초들.) 아무려나 이제부터 여기서 내 호는 윤올갱이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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