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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12] 음악대학의 변화와 교육 패러다임의 전면적 전환 ③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3.22 09:03
  • 수정 2021.03.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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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에 게재한 원고를 현 시점에 맞춰 3부작으로 다시 편집하려다 내용이 길어져 4부작으로 늘린 기사의 세번째 편에서는 현 대학 실용음악과의 상황과 유럽식 컨서바토리에 대해 다룬다.

호황기에 미래를 대비하고 설계하지 못한 폐해를 고스란히 당하고 있다. 지금은 음악전공자들이 활동하는 기성음악인들의 처지를 보고 반면교사 삼아 예전에 비해 음악이나 예술 쪽 진학을 기피하고 있으며 클래식음악이 아닌 대중음악, 실용음악과 쪽으로 몰리고 있다. 실용음악과나 뮤지컬 학과 등 (순수음악과를 제외한 대중 지향적인 음악과를 통칭) 대학에 따라 명칭은 소소하게 다르지만 30-50명 수준의 입학정원으로 보컬, 작곡, 연주 등 세부 전공으로 구분해 뽑는다. 선발 방식은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 학과와는 달리 수능이나 학생부 비중이 낮고 대체로 실기 능력에 따라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전문대는 아예 수능을 반영하지 않고 4년제 대학도 반영 비중이 낮다. 평균 경쟁률이 이미 100대1을 상회하였으며 이미 매해 가장 높은 입학경쟁률을 보였던 연극영화과를 추월한 수치며 호원대, 명지전문대, 서울예대, 동아방송예대 등의 보컬 전공은 500대1에 육박한다. 이런 점을 이용, 많은 전문대에서 실용음악 관련 학과를 개설해 놓고 과는 학교 운영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실용음악과 들 중에서도 수능과 학생부 성적 반영 비율이 높은 학교는 타 대학에 비해 지원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실용음악과로 몰리는 이유는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최근 몇 년간 미디에 의해 꾸준히 다양한 음악장르가 대중에게 소개되었고 대중음악의 성격상 클래식에 비해 쉽고 친숙해 빠르게 흡수되고 오디션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멋지고 화려한 무대와 연예인의 삶에 동경한 10대들을 기점으로 누구나 노래만 잘하면 스타가 될 수 있다는 환상과 꿈을 심어 준 것도 한 몫 한다. 특히 노력이나 고민 없이 ‘나도 한번 해보자’라는 식의 ‘허수 지원’은 우리 음악 생태계 자체를 공멸 시킬 수 있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을 어서 빨리 지각해야 한다. 결과물 뒤에 숨겨진 수많은 노력과 고민의 실체를 모르고 쉽게 도전하고 수능이나 고등학교 학교 공부를 기피하면서 남들 따라 그저 노래 좀 하고 기타 좀 치니 그 방면으로 진출을 희망하는 선호도가 높아지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몰리니 서둘러 학과를 개설, 학생들을 유치하려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2년제 전문대나 비교적 점수가 낮은 학교들에게 앞 다투어 생기며 4년제에 있다하더라도 수능 반영여부에 따라 지원률에 차이가 있다. 정말 학과로서의 가치를 대학과 사회전반에서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는지 아님 실용음악과 자체가 대학에서 그저 돈벌이의 수단에 불과해 졌는지 현 세태를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럼으로 음악, 예술이 순수성을 유지하고 상업적인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체계적이며 전문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음악교육을 더 이상 대학이라는 편제에 소속시키지 말고 독립된 교육기관이 되어야 한다. 한국어로 ‘음악학교’, ‘음악원’ 등으로 번역되어지는 콘서바토리(Conservatory)는 음악예능 실기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를 뜻한다.

독일 칼스루에 시내에 위치한 음악대학의 성악 연습실이자 강의실
독일 칼스루에 시내에 위치한 음악대학의 성악 연습실이자 강의실

집중적인 도제식 실기 훈련이 필요한 음악교육의 특성을 감안, 같은 또래의 청년들이 함께 기숙하며 연습하는 장소는 음악 교육의 가장 적절한 환경이다. 1795년 파리국립고등음악원이 최초로 개교한 이래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전문적인 음악을 가르치는 콘서바토리를 설립하기 시작했다. 콘서바토리와 유사하지만 다른 개념이 음악가를 양성할 목적으로 음악에 관한 이론과 기술을 가르치는 음악대학은 예술대학이라는 넓은 범위로 타 단과대학처럼 교육과정, 교양수업, 학점인정, 학위수여, 학생선발, 등록금 산정 등에 있어 같은 법률을 적용받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지휘와 지도를 받는다. 유럽에서 대학이 설립된 이래 음악교육은 사고하는 교육(Musica Specultiva)와 연주하는 음악(Musica Practica)의 두 개의 분야로 분리되어 가르쳤고 지금도 유럽의 대학에서는 실기와 학문 범위의 음악을 별도로 구별하여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전통에 따라 프랑스의 음악대학은 대개 이론 위주로 교육을 하며 음악실기교육보다 음악이론과 학술적인 성취 위주로 학위를 수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건 독일도 대학보단 Hochschule(상급학교)라는 개념 하에 음악을 기예, 실기의 범주로 넣고 있다.

독일의 고등교육기관은 전통적으로 Elite 양성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사회적 분위기도 대학은 학문연구를 위한 문자 그대로 상급교육기관으로 인식하지 우리나라처럼 무조건 가야하는 곳으로 여기기 않으며 거의 다 국/공립으로 운영되며 무엇보다도 등록금이란 개념이 없다. 학생들은 학기마다 일정액을 지불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학과운영비, 도서관사용료, 회비 등으로서 학교 운영을 위한 최소경비를 지불하며 국가의 세금으로 대학이 지탱되고 있다. 소수의 사람만 진학하고 학업에 지장을 받지 않게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는 시스템이 가능한 건 대학은 어디까지나 공부를 하고 싶고 하는 사람만 가는 곳이란 사회인식 덕이다. 비 학술대학에는 전문대학(Fach Hochschule), 음악대학(Musik Hochschule), 예술대학(Kunst hochschule) 등이 있는데 이들은 어디까지나 엔지니어, 사회사업, 예술 분야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으로서 그래서 Diplom 학위가 수여되며 학술대학의 교육과정과 일치하지 않으며 석사, 박사 등의 개념이 없다. 하지만 하노버의 경우, 하노버예술대학의 공식 명칭은 연극 및 음악대학교(Hochschule fuer Musik und Theater Hannover)인 것처럼 학술대학으로서 음악사 음악교육분야에 박사과정이 설치되어 있는 것처럼 독일의 음악대학, 즉 호흐슐레는 중앙집권적이 아닌 지방마다 다른 교육과 운영을 하는 독일의 사회행정망 처럼 학교마다 다른 과정과 교육방침, 커리큘럼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독일의 대학은 전통적으로 영미권과는 다르게 학문의 자유, 즉 학습의 자유(Lernfreiheit)와 교수의 자유(Lehrfreiheit)를 절대적으로 보장하고 향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자유는 교수에게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권한, 학생들에게는 소정의 연한 내에 전 학습규정을 수료해야 하나는 강제 없이 그들이 준비되었다고 여길 때 학위와 시험, 논문 등을 응시할 수 있는 것을 보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학문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고 진리탐구의 전당으로서의 특권과 명예를 누렸다. 허나 이건 어디까지나 대학진학자의 수가 적었을 때 가능한 것이고 이 수가 많아진다면 국민의 세금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학교에 무한한 자율경영을 맡길 수 없을 것이며 대학이 공립이 아니고 사립으로서 교육사업의 일환이 되어버린다면 이러한 방침은 유지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21세기까지 이런 자율이 보장되고 음악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갖춘 음악인들이 배출되는 것은 대학의 상업성의 배재에 있다. 그러다보니 음악대학의 수와 학생도 적다. 그러면 이런 전문가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육성하고 교육시킬 수 있는 터전이 마련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Musikhochshule, Akademie, Konservarorium 그리고 Diplom, Ausbildung등의 독일 학위제도와 교육기관의 명칭에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이 이름들은 학교 설치기준이나 지역적인 관습, 전통 등에 따라 명명되었기 때문에 이것들에 서로 우열을 정하려는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런 제도하의 독일의 오페라학교(opernschule)는 전문 오페라 가수, 연출가, 배우를 육성하는데 최접점을 시도하고 있다. 독일의 오페라학교는 독일 음대내의 상위교육기관으로서 학부와 석사에서 성악을 전공한 학생들에게 직업으로서 그리고 현장실습을 제공한다. 오페라 분야에서 계속적으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연기에 대한 학습 역시 성악과 동등하게 다루어지는데 성악, 반주, 무대연기, 춤 등의 도제식 개인 교습 외에도 학교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전문극장에서 1년 2번씩 실제 공연에 주/조연으로 참가한다. 수시로 에이전트와의 면접 및 오디션이 실시되어 오페라극장으로 데뷔도 가능하며 이런 오페라학교말고도 각 도시의 극장에서 운영하는 오페라스튜디오는 음악대학의 오페라학교와 깊이 상호연관하고 있다. 이런 오페라학교와 오페라스튜디오는 산학이 연계한 작지만 집중된 수업과 현장과의 접촉으로 최적의 오페라가수를 양성하고 그들에게 전문가수로서 데뷔까지 테크트리를 이룬다.

피아노와 타악, 목금관 그리고 작곡레슨과 연습실의 독일 칼스루에 얀 거리 음악대학 건물
피아노와 타악, 목금관 그리고 작곡레슨과 연습실의 독일 칼스루에 얀 거리 음악대학 건물

이제 우리나라도 음악교육이 대학에서 나와 유럽식의 소규모 컨서바토리 또는 스튜디오, 아카데미 식의 소규모 전문 교육이 되어야 한다. 사실 음악에서의 학위는 어느 일정한 과정을 수료했다는 증명에 불과한데 공부의 기간과 장소, 학위의 종류에 따라 음악인 기준과 실력을 판단하고 재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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