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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혜경의 시소 詩笑] 고개 숙인 사람들

마혜경 시인
  • 입력 2021.03.1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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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숙인 사람들뿐이다.
점점 혼자가 되어가는 사람들,
그들의 세상에 안부를 묻는다.

 

 

나무는 태양을 향해  ⓒ마혜경
나무는 태양을 향해 ⓒ마혜경

 

고개 숙인 사람들

- 마혜경

 

 

  핸드폰에 빠진 사람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좋아요 하지만 슬퍼요 아까 그건 기뻐요 흔들리는 지하철에서도 꼭 붙잡고 있는 건 아버지의 손, 아내의 어깨 그렇다고 연인의 팔짱도 아니다 게임은 무기가 많아 페이스북은 이름을 묻지 않지 누구든 인사할 수 있는 인스타야말로 안녕해 좋은 게 좋은 거라면서 그래야 세상이 더 좋아지는 거라면서

 

  고개를 숙인 사람들뿐이다 서로를 모르지만 고개를 숙이는 동안은 이웃일지 모른다 그러나 얼굴을 모르기 때문에 거짓말이 자랑스러운 그래서 고개를 조금 더 숙일 수밖에 없는 구부정한 사람이 되어 간다 고개를 숙인 사람 중에 누군가 울고 있다면 모두 고개를 숙여서 누가 우는지 알 수 없다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좋아요 좋기 때문에 기뻐요 고개는 더 숙여지고 고개를 드는 일이 세상을 세우는 일보다 갈수록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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