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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갯골생태공원 탐방기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3.15 08:53
  • 수정 2021.03.1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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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인 1934년에 조성되어 생산된 대부분의 소금은 일본으로 반출된 식민지 수탈의 장소였던 소래염전 지역. 해방 후 남동염전, 군자염전과 더불어 한때는 우리나라 소금 총생산량의 30%를 차지하기도 한 이곳이 천일염 수입자유화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1996년에 폐염되었지만 생태공원으로 다시 조성되어 굳이 바다까지 가지 않더라도 내륙에서 갯벌과 염전을 볼 수 있는 경기도 유일의 내만갯벌로 많은 방문객들을 끌어모은다. 시흥 갯골생태공원은 도심 속 바닷길, 소금길이다.

시흥 갯골생태공원

이런 데는 호적하게 평일 오후 혼자 대중교통으로 와야 되는데 주말에 피치 못하게 차를 가지고 오니 역시나 주차장이 만차일 수밖에 없다. 특히나 코로나가 무색하게 어디 가나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요즘은 초입부터 주차장 진입까지 10여 분이 소요되는건 불평거리도 안된다. 2차선 길에 1차선은 유턴만 허용되고 공원 출입은 불허한다는 안내판을 보니 새치기로 인한 실랑이는 없겠구나 안도가 된다. 조끼를 입은 주차 안내원들의 통제에 따라 나갈 차는 원활히 빠져나가고 한대씩 주차장에 진입했다. 정 그 짧은 시간이라도 못 견디겠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된다. 서울에서 지하철 1호선 타고 소사에서 서해선으로 환승, 시흥시청역(25-484)에서 마을버스 5번타면 종점인 갯골생태공원으로 바로 간다. 아님 평일 낮에는 주말만큼 붐비지는 않을 터.

염전의 흔적

언제 방문하냐에 따라 마중하는 대상이 다를 거다. 가을이면 억새, 겨울이면 눈이 정취를 더해주었을 턴데 3월 초면 애매하다. 따뜻하긴 한데 바람이 불면 옷깃을 여매야 하고 원수 같은 미세먼지로 시야가 뿌옇고 매캐하기만 하며 개나리나 진달래는 아직 개화되지 않았다. 대신 하늘을 수놓은 연들과 즐비하게 자리 잡은 그늘막 텐트들이 차에서 내리니 탁 트인 잔디광장과 함께 반긴다.

광활한 산책로와 멀리 보이는 흔들전망대

염전과 소금창고, 갯벌이 있던 공간 요소요소에 설치한 익스테리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생태 공원은 도시환경 내에서도 각종 동식물, 곤충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즉 자연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도록 조성한 생태공원이라는 이름답게 자연 그대로 놔두면 좋았을 테지만 그러면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야생공원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타일이 깨지고 흩어진 염전 바닥이나 아찔하기 이를 데 없는 원형의 흔들전망대 등의 명소를 찾아다니는게 홀가분하다. 무심코 놓치지만 수수께끼 같은 숨겨진 조형물과 비밀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다. 수로를 이용하던 소금 운송이 가솔린엔진에 쇠바퀴 위로 두꺼운 널판을 깐 화차를 쇠갈로리로 쭉 연결해 놓은 가시렁차의 도입으로 설치된 기찻길이 가장 인상 깊다. 기관차가 "가릉가릉"하는 엔진 소리를 낸단고 해서 염전의 인부들이 '가시렁차'라고 불렀던 협궤 위에 멈춰 선 녹슨 가시렁차가 여기가 옛 소금 밭이었던 걸 증명해 준다.

소금창고와 가시렁차

안 그래도 서울 근교에 초등학생 아이를 데리고 사람 없는 데서 같이 자전거도 타고 텐트 대신 돗자리 깔고 누워 독서도 하고 닌텐도도 하면서 배드민턴을 칠 장소가 없을까 고민하던 와중에 딱 적당한 곳을 찾았다. 주말만 피하면 될 것이다. 아! 또 하나 피해야 할 게 있다. 바로 뱀이다. 습지다 보니 자칫 잘못해 갯가나 웅덩이에 빠지기라도 하면 뱀에 물리니 조심해야한다.

습지다 보니 보이진 않지만 어딘가에서 꽈리를 틀고 있을 뱀을 조심해야한다. 

코로나만 아니면 소금길도 걸어보고 수상자전거도 타보는 건데 보는 거 말고 직접 체험하는 모든 시설이 운행을 하지 않아 아쉽기만 하다. 더군다나 나와서야 알았다. 공원 내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들이 시흥시가 지역 내 미술작가 37명과 팀을 꾸려 만든 공공미술프로젝트였다는 걸. 무심코 지나친 게 너무나 많구나. 미세먼지 없는 평일 오후에 다시 출동이다.

코로나만 아니였으면 소금에 발도 담그고 모래놀이 하듯 체험을 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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