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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07] 음악대학의 변화와 교육 패러다임의 전면적 전환 ②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3.14 10:58
  • 수정 2021.03.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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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에 게재한 원고를 현 시점에 맞춰 3부작으로 다시 편집한 기사의 두번째 편에서는 현 음악교육 커리큘럼과 현장과의 괴리에 대해 다룬다.

상업적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시장 규모가 미비하더라도 클래식음악 시장은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만연된 거의 전 분야에서 벌어지는 자신의 고유한 가치와 재능을 오직 천박한 돈벌이의 상업적 수단으로서만 여기는 풍토로 인해 클래식음악은 고유의 특수성과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타 장르와는 산업규모와 시장 자체의 크기가 현격히 나는데 그것들과 비교해 수익이 적다고 매도하고 있다. 이제 해방 이후 클래식의 근간을 이룬 대학은 그 기능과 수명을 다했고 시대는 새로운 문화생태계와 틀을 요구하고 있다. 클래식음악 시장에서 중요한 부분이 바로 공연사업이고 오페라단과 교향악단 등의 연주자그룹은 공연산업분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중음악 분야에 비해 더 많은 음악 인력이 필요하고 종사하는데 지금까지 클래식과 대중음악은 서로 다른 방식의 생산, 유통체계를 유지해 왔고 두 분야의 아티스트나 종사자들은 서로 다른 목적을 추구하고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허나 이젠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클래식음악에서도 음악 외의 다른 장르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클래식 음악 아트마켓과 음악콘텐츠 창출에 노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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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시장을 생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음악시장에 양질의 음악콘텐츠와 인력을 공급해야 하는데 그것을 담당하고 교육하여야 할 대학이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시대에 뒤처지는 바람에 대학에서의 예술이 홍역을 치루고 있으며 그러한 실태는 음악 현장에까지 영향을 미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클래식음악 콘텐츠의 다양화와 개발을 위해선 우선적으로 현재 음악교육과정들의 재편부터 시작하여 음악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음악인력을 디지털 음악산업과 음악콘텐츠의 다양화에 기여 할 수 있도록 지식과 경험을 갖추게 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음악교육방식에서 탈피하고 수업과목도 음악 산업, 문화콘텐츠에 대한 이해, 예술경영, 음악의 사회적인 기능과 저변확대에 대한 마케팅적 수완 등에 관한 과목이 커리큘럼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신학대학의 교회음악과는 신학을 주로하여 영성과 리더십을 갖춘 지역교회 목회자 배출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과의 비전과 목표가 명확하다. 몇몇 전문가들끼리만 통용되는 예술성만 추구하는 순수음악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우리 주변 교회 다니는 일반 지역 성도들의 눈높이에 맞춰 공감하는 예배음악 사역자를 양성하려면 문화의 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반응하면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교육을 해야 되는데 아직도 대부분이 전통 클래식 음악만을 가르치고 집중해 있으며 현대적 스타일의 교회음악 과목이 있더라도 일부에 불과하다. 그럼 왜 그럴까? 왜 발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대학이 선도는 못할망정 탄력적으로 보조도 맞추지 못하는 것일까?

1955년과 1967년에 종교음악과가 연세대학교와 이화여대에 개설되고 ( 두 학교 모두 외국 선교사에 의해 세워졌다는 점도 간과하면 안된다.) 1970년대 부터 각 교단 신학교에 교회음악과가 만들어져 1973년에는 총신대학교에, 1976년에는 서울신학대학교에, 1981년에는 장로회신학대학교, 1984년에는 한국침례신학대학교의 순서로 많은 신학교에 교회음악과가 개설되기 시작했다. 교단 신학교에 속한 교회음악과는 전통적인 교회음악으로 커리큘럼을 짰다. 교회음악이라는 전공이 희귀해 학위만 받아오면 서로 교수로 모셔갔다. 가르치는 사람보다 배우겠다는 사람이 많았던 시절이기 때문에 교수진을 채우기 위해 태반을 일반 음악대학 출신으로 교수진이 구성되었다.

일반 음악대학은 어떠한가? 음악대학이면 음악을 장르 구분 없이, 아니 음악이라는 뿌리 하나만 제대로 준수하면서 장르를 초월한 예술인을 길러야지 영역을 쪼개 각각의 분야에서만 탐닉하는 편협한 작태를 행하고 있다. 클래식 전공자라면 당연히 쇼팽을 쳐야하고 베토벤 소나타가 입시곡이어야 하고 실용음악과에 진학한다면 소나타는 못치지만 래그타임만 할줄 알면 되고 성악과에 진학한다면서 성시경이나 빌리 아일리시 노래 대신 이탈리아 민요나 오페라 아리아를 불러야 되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피아노를 전공했다면 악보대로 잘 치는 건 기본으로 간단한 선율에 코드진행 반주 및 즉흥연주, 리하모니제이션, 초견, 편곡 등의 능력을 배양시켜 졸업 후 피아노를 활용 모든 실용적인 범주의 연주를 다 하는 음악인으로 성장해야지 왜 기계처럼 한두 곡만 쳇바퀴 돌리듯 연주할줄 알아 심지어 클래식 전공자라고 하면서도 소나타 1,2개 처본게 다고 배운것만 칠줄 아는 수동적인 인간으로 삶을 영위하는가!

즉 현장에서 원하는 인재와 대학에서 배출하는 졸업생들의 미스매칭이 심하며 그렇기 때문에 다년간의 학습을 통한 기능이 수반되어야 하는 오르간과 피아노 전공자만 반주를 맡을 뿐이지 신학대학원 출신 전도사/목사들 중에서 음악에 어느 정도 소양이 있는 사역자들이 찬양인도와 찬양팀을 담당하는 주객전도가 되어 버린 현실이요 대부분 음악대학 졸업생들이 악단 취업으로 악사(Musikant)가 되거나 그저 학원에서 가르치는 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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