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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95]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립싱크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2.23 09:02
  • 수정 2021.02.2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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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의 화제인 SBS 금토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2에 대해 무심하게 있다가 클래식 음악 관련 오류가 너무 많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를 했다. 일단 드라마가 청아예고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성악과에서 1등을 다투었던 학부모의 자녀들이 또다시 성악과 수석을 놓고 경쟁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다 복수, 치정극으로 치달으며 내용의 개연성보다는 자극적인 전개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갈무리: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지난 2월 20일 오후 방송된 시즌2 2편에서 데뷔 20주년 독창을 위해 무대에 섰지만 이미 성대 결절로 인해 예전의 기량을 발휘할 수 없는 한 유명 성악가 천서진(김소연 분)이 자신의 성대 결절을 속이기 위해 자신과 비슷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인 박영란(바다 분)을 무대 뒤에서 노래를 부르게 하고 자신은 무대 위에서 립싱크를 하는 장면이다. 실제 천서진을 대신해 노래를 부르는 것은 박영란이 아닌 오윤희(유진 분)이었는데 목을 다친 오윤희가 미국에서 도움을 받아 목소리를 되찾았다는 설정이다. 립싱크를 할 성악가과 진짜로 노래할 성악가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같이 무대에 선 관현악단의 연주자와 성악가의 바로 옆에서 지휘를 하는 지휘자도 모르고 앞에 있는 관객들도 모두 모르고 립싱크에 속아 넘어간다는 대목에서 실소를 금할 길 없다.

지휘자라는 사람이 옆의 가수가 립싱크를 하는데 모르고 연주자들이 바로 앞과 무대 뒤에서 들리는 소리를 구분하지 못한다? 아리아를 부르는데 수십 미터 떨어진 성악가와 지휘자 그리고 연주자들이 소리의 파장에 구애 없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것도 당일 리허설도 없이 수십 미터 서로 간의 간격을 두고 박자와 속도의 변화가 많은 아리아를 정확하게 마친다? (필자의 군 시절 중, 연병장에서 군악대의 반주와 지휘 단상 위에서 애국가를 부른 성악병과의 마이크와 스피커 파동으로 인한 시간 차 울림 때문에 서로 애먹고 온갖 갈굼과 구박을 받았던 후임 성악병이 갑자기 생각나는 이유는????) 더군다나 부르는 노래가 하필이면 필자가 그리 좋아하지 않은 아리아 중 하나인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에 나오는 'un voce poco fa(방금 들린 그대 음성)'다. 부연건데 노래 자체를 싫어하지 않는다. 다만 전국의 모든 성악전공 예중예고 입시생들이 입시를 위해 부르는 노래기 때문에 지겨울 뿐. 이 아리아의 2절 가사를 잠깐 살펴보면 "나는 온순하고 친절하며 말을 잘 듣고 참을성도 있고 남의 가르침도 얌전히 잘 들어요. 허나 내 허물을 드러낸다면 나는 독사가 되어 당신을 평생토록 괴롭히겠어요." 착하고 온순했던 오윤희가 독사가 되어 항복 할 때까지 천서진을 파멸로 몰겠다는 선전포고인가? 아니면 그냥 상술한 대로 가장 많이 부르는 아리아 중 하나를 삽입음악으로 선곡한 것뿐인가.....

어차피 픽션이고 흥미를 뽑아내고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모든 가능한 걸 끄집어 올 수 있고 고증은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려도 무방하다. 이미 우리는 설민석이나 황교익의 사례에서 방송국이 전문성과 정확성보다 흥행성, 대중성, 편의성만 따진다는 걸 학습했으며 아무리 셀럽이라도 방송을 위해선 하나의 소모품에 불과하고 어느 누구도 진실에 대한 책임과 사실 확인에 대해 목소리를 일부러 내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인 입장에서 아닌 건 아니기 때문에 지적하고 넘어가고 누군가는 올바른 팩트를 전하는데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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