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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혜경의 시소 詩笑] 호미

마혜경 시인
  • 입력 2021.02.2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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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물건엔 눈물이 묻어있다

 

열여섯에 시집온 항아리 배, 불룩 솟았다  ⓒ마혜경
열여섯에 시집온 항아리 배, 불룩 솟았다 ⓒ마혜경

 

호미

- 마혜경

 

  의왕시 초평동 열여섯에 시집온 김막녀는 열여덟 될 때까지 신랑하고 손만 잡았다 강산이 여덟 번 바뀌도록 소처럼 일했다 밟았다 하면 제 땅이었다 그러나 세 아들이 직업 없이 놀자 붉은 말뚝이 하나둘 꽂혔다 그날도 몰랐다 왕송저수지 앞 노른자 땅이 경매로 넘어간 것을 마을회관에서 곧 죽을 노인들과, 괌에 놀러갈 좀 더 젊은 노인들과 춤을 추었다 내가 도장을 안 찍었는데 무슨 땅이 넘어가 실눈 사이로 검은 눈동자 밤처럼 가득했다 글쎄, 둘째 아들이 찍었다 안 카나 야가 먼 말을 하나 덩실 추는 춤이 엇박자로 엇갈렸다 이거 우짜면 좋노 마늘 할라 심었는데... 손에 쥔 호미는 그새 녹슬어 핏줄처럼 부풀었다 노름빚 원망은 커녕 짓이긴 마늘로 제 가슴을 긁어냈다 열여섯에 시집온 항아리 배, 눈물이 불룩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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