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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94] 콘서트 프리뷰: 제12회 ARKO 한국창작음악제 양악부분 선정작품 연주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2.2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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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ARKO 한국창작음악제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창작음악제인 ‘ARKO한국창작음악제’ 양악부문 선정작품 연주회가 오는 25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제12회 아창제 양악부분 선정작품 연주회 포스터
제12회 아창제 양악부분 선정작품 연주회 포스터

지난 2007년 창작관현악축제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는 서양 고전음악이 주를 이루는 한국 클래식 음악시장에서 창작곡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작곡가와 오케스트라를 매칭, 창작곡을 연주하게끔 지원해 주는 국내 유일의 관 주도의 창작곡 발굴지원프로젝트로 지금까지 총 141곡의 작품을 선보였다. 올해로 12번째 맞는 이번 행사는 우수작곡가 위촉으로 김대성 작곡의 대금과 가야금을 위한 협주곡 ‘잃어버린 마을’을 위시로 김은성의 플루트와 대금을 위한 협주곡 ‘그랭이’, 조아라의 ‘Into The Forest’, 성세인의 ‘Momentum For Orchestra’와 장석진의 생황 협주곡 ‘Alexander Friedmann: Expansion of space’까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공모를 통해 역대 최다 출품수인 54작품이 접수되어 블라인드 심사를 통해 선정된 5작품이 연주된다. 5작품 중 3작품이 협주곡이다. 대금 류근화, 가야금 박세연, 대금 이필기, 플루트 서지원, 생황 김효영이 협연자으로 참여하며 연주는 정치용의 지휘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맡는다.

아창제의 목적은 작곡가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들을 기회를 주는 것이다. 작품이 '실제로 연주될 때'와 '악보 속에서만 존재'하는 차이를 체감하며, 발표된 작품을 수정해 완성도를 높여가라는 취지다. 대부분의 작곡가들이 자신이 책상에서 관념적으로 쓴 작품을 실제로 들어볼 수 없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실연을 통해 익히고 배우는 기간이다. 그건 그만큼 아직 미숙한 형태가 여물어 가는 성장의 과정이라는 뜻이며 불세출의 작품 창출을 위해선 작곡가 개인만의 노력이 아닌 음악인 전체의 연대와 협동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 사람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전체 마을이 다 도와야 한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말이다. 이걸 오브리 취급하고 알바식으로, 땜방으로, 그저 한번 했다로 끝난다면 세계 속의 불멸의 한국 창작 관현악곡이라는 과제 달성은 요원할 뿐이다. 아창제 전에도 (사)한국음악협회에서 주관한 한민족 창작음악축전이 있었다. 한국을 상징하고 한국의 얼이 담긴 시대정신이 있는 작품의 탄생을 위한 산파가 되겠다는 시도였지만 국가 예산이 끊기자 12회를 끝으로 명맥이 끊겼다. 아창제는 지금까지의 실황 영상들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시청이 가능하게 만들어놓았으며 아카이브도 구축하였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하기만 해서 언제 또 예고 없이 한민족 창작음악축전 같은 운명을 맞을지 전전긍긍하다.

이번 응모에 54작품이나 몰렸다는 건 작곡가들이 어느 때보나 본인 작품 연주에 목말라있고 그만큼 작품 발표의 기회가 매말라 있다는 방증이다. 지금까지 아창제에서 선보인 141곡 중, 이후 한 번이라도 재연된 작품은 2019년 기준 39곡에 불과하다. 30%에도 채 못 미치는 수치다. 그만큼 초연 이후 대다수의 창작곡이 사라진다는 얘기며 아창제 말고는 한국을 대표하는 관현악축제인 교향악 축제에서도 한국 작품을 듣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우며 연주되는 곡들도 작품성이나 예술성, 곡의 보급이란 차원이 아닌 연주자 또는 악단,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성으로 선곡되는 경우가 주를 이뤄 마치 선심 쓰듯 마지못해 끼워팔기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한국 작곡가의 창작곡을 실연하는 연주 단체에 연주비와 작품 사용료를 지원하는 지속연주지원 사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연주단체들은 염불에 관심이 없고 잿밥만 노린다. 한국 창작곡을 연주한다는 빌미로 받은 지원금으로 연주회 개최가 목적이다. 결국 창작음악 활성화는 "연주자의 안목과 의지"에 달린 문제지만 이걸 막연하게 연주자에게만 호소하고 읍소를 할 수 없다. 그들도 생계가 막막하고 연주기회가 없기는 피차일반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렵게 찾아온 연주기회에 한국 창작곡 말고도 이미 청중의 선택을 받은 수많은 고금의 명곡들을 제대로 연주하기도 벅찬 상황에 낯설고 어렵기만 하고 반응은 거의 없으며 해봤자 밑져야 본전인 창작곡을 순수하게 연주자의 심미안으로 연주되기를 바라는 점은 너무 과도한 기대다.

아무리 좋은 작품도 곡을 연주하는 사람이 없고 듣는 사람이 없다면 존재가치는 제로다. 음악은 연구되는 학술적 대상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근본은 ‘듣는 것’이며 처음부터 훌륭한 작품이 저절로 탄생될 순 없다. 작곡가들이 오선지가 아닌 실제 소리를 듣고 연주자들에게 배우고 무대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부족한 점을 메우고 한 작품 한 작품 발전해 가는 여정에 연주자들과 청중들도 인내력과 넓은 도량을 가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창작곡 쿼터제를 제안한다.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같은 국공립기관 홀의 대관을 위해선 적어도 한 곡 이상의 창작곡이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는 거다. 반강제적이긴 하지만 연주자는 창작곡을 연습할 수밖에 없으며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살아남을 수 있는 작품들이 걸러지고 연주자들도 선별 능력도 키워지면서 완성도 높은 창작이 나오게 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영화에서 스크린 쿼터제를 통해 지금의 수준 높은 세계 속의 한국 영화를 만들어 내었다는 걸 학습했다.

​제12회 아창제 공연은 전석초대이지만, 반드시 예약하여야 관람이 가능하며 ‘네이버 예약’을 통해 할 수 있다. 또한, 예술위 네이버TV에서 온라인 생중계로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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