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 음악통신 393] Critique: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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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93] Critique: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비창'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1.02.2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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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9일 금요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여러분, 모자를 벗으세요. 지휘자 홍석원입니다."

귀보다도 눈이 항상 빠르고 먼저 반응한다. 2월 19일 금요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비창'은 입장하니 두 칸 띄어앉기로 인해 배정된 좌석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었고 마스크를 쓰고 오와 열을 맞춰 콘서트홀을 포위한 관객들의 모습에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이렇게 좌석 배치를 하면서 티켓을 판매하고 안내해야 하는 코리안심포니 측의 혼은 빠져버렸을 터.... 첫 곡이야 말 그대로 음악회를 개시하는 입장곡인 서곡이니 무난했다. 오페라의 장면 음악으로 화려한 춤곡이다. 듣는 사람이나 연주하는 사람이나 워밍업이다.

지휘자 홍석원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 홍석원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는 2년 전 고양아람누리에서 카를로 팔레스키의 지휘와 고양 필하모닉의 반주로 파가니니 협주곡을 들은 후 2년 만의 실황이다. 차이콥스키 협주곡 1악장의 오케스트라 시작이 산뜻하면서 부드럽다. 지휘자가 지나치게 오케스트라를 맞춰주려고 하고 독주자를 배려한다. 그러다보니 지휘자와 독주자 사이의 호흡에 오케스트라가 뒤늦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1악장 마지막 부분에서 거세게 몰아가는 건 좋은데 숨이 가뻐서 불안했다. 그러다가 낙상사고가 날 거 같아 위태위태하던 참에 결국 종지의 라장화음에서 어긋났다. 양인모가 먼저 D음을 긋고 뒤이어 간발의 차로 오케스트라가 테이프를 끊었다. 2악장에서의 양인모는 감미로웠다. 현란함보다는 감미로움이 양인모에게 더 적격이다. 3악장에서는 다시 독주자와 오케스트라의 쫓고 쫒기는 '톰과 제리' 같은 형국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을려만 양인모는 앙코르로 슈베르트의 <마왕>을 연주했는데 처음 셋잇단음표의 상행선율부터 음정이 어긋나면서 앙코르는 안 하느니만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서커스를 좋아한다. 그래서 곡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말발굽이 멈추는 지점, 그리고 내레이터가 아들의 죽음을 알리기 전 말의 질주가 멈추자, 연주가 끝난지 알고 손뼉을 치려고 움찔한다.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을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이 사진 찍다가 하우스어셔 유ㅇㅇ 교육생한테 혼났다. 연주 중간도 아닌 곡이 끝나고 무대 인사를 하는 광경도 왜 사진을 못 찍게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초상권 때문인가????)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을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이 사진 찍다가 하우스어셔 유ㅇㅇ 교육생한테 혼났다. 연주 중간도 아닌 곡이 끝나고 무대 인사를 하는 광경도 왜 사진을 못 찍게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초상권 때문인가????)

코리안심포니 악단은 교향곡에서 협주곡과는 다른 앙상블을 선보였다. 다시 주전 스타팅 멤버가 복귀 출전해 본게임을 치르는 형태다. 1악장 발전부의 응집력은 폭발적이었다. 1주제의 머리는 푸가의 주제로서 등장하며 명확하고 딱딱 끊어지면서 쌓여간다. 그렇게 쌓여가던 응축의 에너지가 터질 때 터져 장렬하게 산화된다. 가장 비창다운 부분이요 공허의 심정이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거 같이 애통하다. 지휘자도 단원들도 곡에 동화되고 스며들어 하나가 돼간다. 이제서야 지휘자의 이름이 나온다. 그동안 왠지 오케스트라와 낯가림을 하고 양인모를 돌봐주려고만 하던 지휘자가 교향곡에서는 자신감의 발로인 암보로 (차이콥스키의 비창이다. 필수 레퍼토리라는 거다) 이제서야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더니 2악장 트리오 가서는 완전히 해탈하며 오케스트라를 리드해 간다. "여러분, 모자를 벗으세요. 지휘자 홍석원입니다."

여러분 모자를 벗으세요! 지휘자 홍석원입니다.
여러분, 모자를 벗으세요! 지휘자 홍석원입니다.

3악장 마지막 부분의 갑작스러운 여림(피아노)과 숨쉬기는 비통한 심정 가운데 어이없는 너털웃음이다. 신선한 해설에 해학이 돋보였다. 그리고 맨손의 연금술사가 된 4악장은 비단결 같은 탄식과 위로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마지막 저음악기의 B음이 퍼져감에도 나와야 될 박수가 나오지 않아 그 몇 초를 못 참고 내가 박수를 터트렸다. 옆에 앉은 중년 신사분이 휘둥그레 놀라 쳐다 보더라. 크고 시끄럽게 끝나야 함성과 함께 손뼉을 칠 텐데 끝난 게 맞아 하는 표정이요 광경이었다. 크고 화려하고 세게(포르테)로 끝나면 곡이 끝난지 알고 반사적으로 몸이 반응해 박수를 치려고 한다. 그리고 환호한다. 1부의 양인모 앙코르 마왕에서 박수를 치려고 했던 사람들이 3악장이 끝나니 그대로 박수를 치려고 하더라. 클래식 음악의 입문 중의 입문이라 할 수 있는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도 비창 교향곡도 모른다는 결론이다. 들어본 적이 없어 어디서 박수를 쳐야 되고 음악의 내용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이 세태가 직업 음악인인 나에게는 너무나 비창하다.

로비에 나와 홍석원이 광주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부임한다는 소식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관계자에게 들었다. 예향 광주의 복이다. 가기 전에 코리안심포니에서의 연주가 그의 성장에도 큰 디딤돌이 되었을 거라 확신한다. 광주에 가서 비창하지 말고 크게 비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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