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 선생님을 보내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라며 산 것은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깍는 고난의 시간이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간 너무 큰 발자국
누가 있어 그 큰 발자국 따라갈 수 있으랴
세월따라 걸어 온 길
자욱마다 부끄러운 사연 너무 많은 나, 너 그리고 우리
앞으로 살아갈 날 얼마나 더 부끄러워야 하나
얼어붙은 이 계곡 얼어붙은 저 골짜기 그리고 얼어붙은 여기
추운 곳에서 하늘을 본다
같은 핏줄을 적이라 우기며 산 억울한 세월
메아리 없는 소리들이 아우성치는 마른 하늘가
만나지 못한 넋들이 울면 갈 길 잃은 흰구름 흩어지네
혹시 꺼지지나 않았을까 촛불
노심초사하는 가슴위로 찬바람 지나가네
너와 나 만나야할 우리, 이별은 너무나 길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잘못된 채로 시간은 흘러가는 것일까
선생님은 가고 촛불의 꿈은 막막해지는가
8천만 겨레의 가슴속에 응어리진 한 풀어야 한다
외세가 만든 강제적인 이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인정할 수 없다
민족의 이별 이제는 끝내야 한다
선생님은 가고 없을지라도
평화통일의 새세상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