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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89] 클래식 음악 천국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2.11 11:43
  • 수정 2021.02.1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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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셀을 더욱 세게 꾹 밟는다. 앞으로 5KM 남았다는 표지판을 보니 더욱더 조여온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이마에도 땀이 줄줄 흐른다. 괄약근을 더욱 졸인다. 차를 대는 등 마는 등 세우고 눈썹 휘날리며 뛰어가서 후다닥 바지를 내리고 앉는다. 아~~이제 살았다..... 그 순간 울려 퍼지는 헨델의 할렐루야~~~그래, 할렐루야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광주에 가는 고속도로 중간에서 갑자기 급똥이 몰려왔던 위기일발의 순간에 펑 터지는 설사와 함께 절묘한 타이밍에 나온 화장실 안의 배경음악 할렐루야는 참으로 거룩하고 성스럽기만 하다.

음악으로 지키는 안전한 우리 동네

자동차 정기검사를 위해 들른 율현동의 강남자동차정비소, 기름 냄새 풀풀 날 거란 예상과는 달리 화장실에 들어가니 산뜻하다. 귓가에 들리는 피아노의 청량한 트릴 소리... 응? 이건 하이든의 Eb장조 소나타인데..... 마침 차를 맡기기 전까지 운전하고 오면서 들은 곡이 근래에 연습한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여서 헷갈렸다. 아직도 내 차 안에 있는 건가?

집 근처 교대의 G-five 센트럴플라자는 관리가 참 잘 되어있다. 외부 음식 반입금지로 안에서 근무하는 세입자들이야 불만이 많겠지만 여러 가지 음식이 섞인 먹는 사람한테나 식욕을 돋구겠지 방문자에겐 그리 썩 유쾌하지 못한 그런 냄새가 안 나고 이륜차의 불법 주정차도 없고 그 매캐하고 구역질 나는 담배 냄새도 없어 살거같다. 고풍스러운 화장실의 육중한 문을 밀고 들어가니 이번엔 피아노에 현악기 소리가 섞여 들려온다. 아~~슈베르트의 5중주 <송어>다. 어딜 가나 화장실에선 클래식 음악이 들려오니 대한민국은 참으로 클래식 음악의 천국이구나....

집에 오니 세탁기가 굉음을 내고 막판 몸부리를 치고 있다. 종료 직전의 용씨름이다. 파자마로 갈아입고 소파에 앉으니 딩동 딩동댕 하면서 세탁 종료의 알림음이 때 마쳐 울리면서 경쾌한 소리가 뒤따라 나온다... 슈베르트의 <송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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