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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388] 콘서트 프리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비창'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2.09 11:18
  • 수정 2021.02.0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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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9일 금요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차이코프스키의 명곡들을 만날 수 있는 해방의 기회

설 연휴가 지나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풍성한 선물 꾸러미를 들고 우리에게 찾아온다. 지난 1월의 2021년 신년음악회를 만석으로 채우면서 코리안심포니는 증명했다. 기저에 꿈틀대는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와 해방을...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클래식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로 현재의 열망에 조응하고 공명한다. 특히나 박진감 넘치면서도 장대하고 시원시원한 그의 교향곡과 협주곡들은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아 대표적인 클래식 음악으로 손꼽는다. 이번에는 하나도 아니라 세개다.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 <예프게니 오네긴>에서의 화려한 춤곡 '폴로네즈'부터 감성 충만한 바이올린 협주곡 그리고 6번 교향곡 '비창'까지 한 무대에서 3개나 연주된다고 하니 벌써부터 벅찬 음악의 감동에 전율이 인다.

2월 19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들려줄 차이코프스키 대장정

차이코프스키가 '비창'을 작곡하고 초연한 며칠 후 죽음을 맞이한 정황은 다음과 같이 알려져 있다. 초연 직후 제목을 붙이려 했지만 적당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은 차이코프스키에게 동생 도메스트는 먼저 '비극적'이라는 제목을 제시했으나 거부당한다. 고심 끝에 '비창'이라는 제목을 악보에 적어 넣고 출판사에 보낸 차이코프스키는 고열과 설사에 시달려 병석에 누운 후 '비창'을 초연한지 9일 만에 죽었다. 사인은 콜레라. 끊이지 않은 물을 마셨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죽음에 의심은 눈초리를 보낸건 그때부터였다. 심지어 차이코프스키가 동성애자로 동창들이 동문들의 명예가 손상되었다고 자살로 명예를 지키라고 요구해서 최후의 걸작인 '비창'을 완성하고 비소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루머까지 나왔다. 이런 정황만으로 그의 음독자살 또는 동성애를 확인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이런 가십이 더해 6번 교향곡 '비창'이 들려주는 염세적인 세계관과 슬픔, 처절함이 더해졌다. 마치 차이코프스키의 유서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다른 어떤 교향곡들보다 세계 관현악 레퍼토피의 표준이자 인기곡이다. 초연 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청중들이 이 곡을 자주 연주해 주라는 요구가 빗발쳐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구스타프 말러가 난처했다는 기록까지 생생히 남아있을 정도다.

코리안심포니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연주할 지휘자 홍석원
코리안심포니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연주할 지휘자 홍석원

바이올린 협주곡은 또 어떤가?

"사상 처음으로 음악작품에서도 악취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헌정 받은 당시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교수였던 레오폴트 아우어가 한 말이다.

"기교적으로 도저히 연주 불가능하다."

이건 곡의 초연 후 당대의 저명한 음악평론가 한슬릭의 지적이다.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만큼 엄청난 혹평에 시달린 작품도 드물 것이다. 당대의 유명 연주자, 비평가들은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인신 비하적 발언까지 차이코프스키와 그의 작품들에 퍼부었다. 이 곡의 진가를 제대로 안 바이올리니스트 아돌프 브로즈키만이 유일하게 연주여행 때마다 자진해 연주하면서 차츰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오늘에 와서는 베토벤, 브람스(또는 멘델스존)의 것과 더불어 ‘3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평가받고 있으니 이 곡은 그야말로 고진감래(苦盡甘來), 화씨벽(和氏璧)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으니 지금의 힘들고 암울한 코로나와 마찬가지다. 이때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이겨 낸다면 후세에서는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이 세상에 나온 후 받은 냉대에 차갑게 냉소를 퍼부을수 있듯이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고 다녔던 시절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로 여겨질 날로 이제 얼마남지 않은 것처럼........

코리안심포니와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할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코리안심포니와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할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이번 차이코프스키를 지휘할 홍석원은 오스트리아 티롤 주립극장 수석지휘자를 역임하고 2019년부터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르를 이끌고 있는 차세대 마에스트로이며 협연자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는 약 10년 만에 탄생한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자이다. 러시아 낭만 음악의 정수 차이코프스키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절망과 우울 속에서 피어난 그의 음악이 코로나19로 억눌린 우리에게 도리어 하나의 활력과 해방구가 될 거라 확신하며 2월 19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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