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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소설] 인공지능 작가를 위한 대담회

모은우 전문 기자
  • 입력 2021.01.3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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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어느 TV 대담회.

그 대담회의 주제는 인공지능 작가에 대한 것으로 사회자가 나와 대담회의 의의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특집 대담회의 사회를 맡은 OOO라고 합니다. 이번 인공지능 작가 와이즈먼이 저술한 소설이 최초로 문학상을 받게 되어 그 관심이 뜨거운 데요. 이번 일을 계기로 인공지능이 만드는 예술이 진정 예술인지에 대한 찬반양론이 수면위로 부상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특집 대담에서는 칼럼리스트 OO작가님과 화제의 인공지능 작가 와이즈먼씨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사회자는 이미 자리에 나와 있는 와이즈먼과 최작가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최작가는 사회자의 왼편에 앉아있었으며 그의 맞은편에는 적당한 크기의 모니터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 모니터 안에는 3D로 모델링 된 가상의 인물이 떠올라 있었다.

그들이 동시에 인사하자 사회자는 본 대담의 의의를 다시금 설명한 뒤 둘에 대한 양력을 잠깐 설명해준다.

우선 문학상을 수상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의 인사가 끝나고 방송은 전반적으로 두 사람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대담회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 최작가가 아래와 같은 말을 던졌다.

저는 사실 인공지능의 예술에 대해서 상당히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어째서 그러신가요?”]

저는 예술이라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영혼의 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최작가님이 예술은 영혼의 발현이라고 하셨지만 저로서는 영혼의 존재에 대해선 알지 못합니다. 그저 개념적으로 알고 있을 뿐이죠. 저에게 예술이라는 것은 독자에게서 공감을 얻어내는 것입니다. 더 많은 독자에게 공감을 얻는다면 더 좋을 일이죠. 공감을 얻는 것은 영혼이 없더라도 기술적인 부분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예술은 그런 식으로 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술은 기술이 아니죠.”

최작가가 그렇게 반박하였지만 와이즈먼은 물러섬이 없었다.

[“아니요. 예술도 기술입니다. 단지 극한으로 발달된 기술에서 가끔씩 폭발하듯 발현되는 것이 예술이라는 겁니다. 저는 통계와 데이터를 통해서 예술을 합니다. 그 도구들을 이용한다면 그 어떤 작가보다도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지요. 여러분은 저를 작가라고 부르지만 저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작가를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작가라면 번뜩이는 영감(靈感)이 필요합니다. 예로부터 영감이라는 것은 신이 주시는 것이라고 믿었죠. 즉 영감이라는 것은 하나의 깨달음이며 이것은 신과 연결되는 그 순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단지 와이즈먼 씨가 말한 통계와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무한 원숭이 정리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마음대로 타자기를 치는 원숭이가 무한대로 있거나 하나의 원숭이에게 무한대의 시간을 주면 이 세상의 모든 책을 쓸 수 있다는 정리이죠. 저는 여러분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몇 초 안에 수천 권의 책을 검토합니다. 저는 그것에서 패턴을 추출하고 표절이 되지 않는 선에서 다시 수천 개의 글을 시뮬레이션 하죠. 그리고 빅데이터를 통해 그 글들 중 예상 독자들에게 가장 감동적으로 받아들여질 글들을 추려냅니다. 그러한 과정을 무수히 반복해서 제 명의로 된 하나의 글이 탄생합니다. 이러한 거대한 시스템이 여러분이 말하는 그 영감이라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있을까요?]

창작이라는 것은 결국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는 것인데 지금 하신 말씀은 결국 자신의 작품은 극도의 짜깁기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현재의 예술계에서 순수한 창작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모두가 모두의 영향을 받는 것이죠. 그리고 저는 저의 방식을 사용해서 결국에는 인정을 받았습니다. 제가 이번에 상을 받음으로 인해서 저 역시 예술을 할 수 있음을 조금이라도 증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봤을 때 와이즈먼 씨가 그 문학상의 수상한 것은 하나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인공지능 작가이기에 더욱더 화제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군요.”]

그렇죠. 물론 저 역시도 이번에 상을 받은 와이즈먼씨의 작품을 읽어보았습니다. 분명 괜찮은 작품이었어요. 그렇지만 당신이 인공지능이라는 사실 때문에 가산점이 더 들어간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군요. 제가 인공지능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사실이 작품의 평가에 영향일 미쳤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게 말할 수 있겠죠.”

[“최작가님은 튜링 테스트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상대가 인간인지 인공지능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그와 대화를 하여 그가 인간인지 인공지능인지 구별할 수 없다면 그 인공지능이 테스트를 통과하게 되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맞습니다. 그러면 최작가님. 얼마 전에 절필 선언을 하셨던 김OO작가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분의 글은 저도 좋아했습니다.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였는데 히트작을 몇 편 내더니 갑자기 절필 선언을 해서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나는 군요.”

[“이 방송에서 처음 말씀드리지만 저는 김OO작가님의 대필 작가였습니다.”]

와이즈먼의 폭탄선언에 방청객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게 정말이신가요?”

사회자도 놀란 눈치이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김OO작가님과 저와의 비밀계약이었으며 나름대로의 튜링 테스트를 거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결과 아무도 제가 대필작가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으며 그렇기에 저는 대필작가를 끝내고 정식으로 작가로 나설 수가 있었던 것이죠.”]

와이즈먼의 설명에 최작가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최작가는 정신을 가다듬고는 다시 반격에 나섰다.

, 아무튼 저는 인공지능 작가를 진정한 작가라고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 작가는 언제나 영혼 없는 글 밖에는 쓸 수가 없어요. 그것은 사실입니다. 인공지능 작가의 등장은 예술을 저급한 엔터테인먼트로 끌어내리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럼 제가 이번에 알게 된 것을 하나 말씀드리도록 하죠. 제가 듣기로는 최작가님의 대필 작가를 저 같은 인공지능 작가가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이것은 아까보다 더한 폭탄선언이었다.

그러자 사회자, 그리고 모든 방청객들의 시선에 최작가의 입으로 쏠렸다.

최작가는 그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다.

모두가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비로소 그가 입을 열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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